'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내주가 추석 연휴라서 신간이 나오지 않을 테니 이번 주에 나온 책들 가운데서 두 차례 '이주의 저자'를 고르게 될 듯하다. 일단 눈에 띄는 건 문학평론가 3인이다. 세대순으로 먼저 원로 평론가 김윤식 선생의 새 책이 출간되었다. <문학사의 라이벌 의식 2>(그린비, 2016).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문학사의 라이벌 의식>(그린비, 2013)의 속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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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권에서 주로 동시대에 활동한 문인들의 라이벌 의식을 다뤘다면, 이번 책에서는 일제 강점기에서 시작하여 6·25전쟁을 거쳐 1980년대까지 다소 폭이 넓은 시기를 다룬다. 또한 지난 1권과 마찬가지로 문인들 간의 라이벌 의식은 물론, 한 작품 속 등장인물 간의 라이벌 의식과 한 작가 내부의 장르상의 라이벌 의식까지 다뤄 한국 근대문학사의 풍부하고 생생한 장면을 면밀히 포착한다."
발문을 쓴 안경환 전 인권위원장(이자 서울대 명예교수)은 <내가 읽고 만난 일본>(그린비, 2012)까지 포함해서 '한국문학사의 라이벌론 3부작'이라 칭하고 있다. 하지만 목차만 봐서는, 그리고 저자의 건강이 허락한다면, 3부작으로 끝나지 않을 듯하다. 한국 현대문학사의 현장을 저자만큼 생생하게 묘사해줄 수 있는 평론가도 드문 만큼 <문학사의 라이벌 의식 3>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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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평론가 정과리 교수의 신작 평론집도 출간되었다. <뫼비우스의 분면을 떠도는 한국문학을 위한 안내서>(문학과지성사, 2016). 전작 <1980년대의 북극꽃들아, 뿔고둥을 불어라>(문학과지성사, 2014)와 마찬가지로, 제목 자체가 '정과리표'를 웅변한다. 아무런 책소개도 뜨지 않아(나도 책은 주문해놓은 상태고 다음주에나 받아볼 참이다) 목차를 옮겨오면 이렇다.
제0장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 그러나 때마다 위기는 달랐다 - 위기담론의 근원, 변화, 한국적 양태
제1장 정보화 사회의 태동과 문화의 생존
제2장 이데올로기를 씹어야 할 때
제3장 세계문학의 은하에서 한국문학 창발하다
제4장 할국의 더듬이는 굽이도누나
검색하다가 이번에 알게 된 것인데, <근대소설의 기원에 관한 한 연구>(역락, 2016)도 지난달에 나온 저자의 신간이다. 신간이라고는 하지만 저자의 불문학 박사학위논문을 단행본으로 (상당히 뒤늦게) 펴낸 것이다. 책의 부제인 '크레티엥 드 트르와 소설의 구성적 원리'가 내가 기억하는 논문 제목이다.
<그라알 이야기>(을유문화사, 2009) 소개에서 가져오자면, 크레티엥(크레티앵) 드 트루아는 "12세기 무렵 프랑스에서 활동한 작가로서, 아더 왕 이야기를 소설로 쓴 첫 세대 작가로 꼽힌다. <그라알 이야기>는 흔히 '성배'라고 번역되는 '그라알', 그 원형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근대 소설의 기원에 관한 한 연구>를 읽기 위해서라면 같이 들춰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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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평론가 함돈균의 신작도 출간되었다. 세번째 평론집일 듯싶은데, <사랑은 잠들지 못한다>(창비, 2016)가 타이틀이다. "등단 이후 10년간 평단과 시민사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문학평론가 함돈균의 평론집. 전작 <예외들> 이후로 4년 동안 집필해온 문학비평을 한데 엮었다. 이 시기 한가운데의 세월호사건이 상징하는 우리 사회의 결핍과 아픔을 끊임없이 사유해온 작가들의 고투가 비평의 시각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상 시 전공자답게 대부분의 글이 시 평론이다. 개인적으로는 '레미제라블 또는 시의 천사 - 세계문학과 한국문학'이란 글에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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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다른 책으로는 <시는 아무것도 모른다>(수류산방.중심, 2012), <사물의 철학>(세종서적, 2015) 등이 있는데, <시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이상 시적 주체와 윤리학'이 부제이고, 기억에 저자의 박사학위논문을 펴낸 것이다...
16. 09.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