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한국작가 2인과 비평가 1인이다. 먼저 '젊은 작가' 김중혁의 신작이 나왔다. <나는 농담이다>(민음사, 2016). "미아가 된 우주비행사와 고아가 된 스탠드업 코미디언의 이야기이다. 이 소설의 배경은 지구와 우주를 넘나들고, 이 소설의 인물은 삶과 죽음을 벗어나며, 이 소설의 상상력은 무중력 공간을 유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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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매드슨의 <나는 전설이다>를 패러디한 걸로 보이는 제목이나 우주라는 배경 모두 김중혁답다. 대놓고 농담을 자처했으니 기대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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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작가' 윤후명 소설전집이 출간되었다. 지난봄에 나온 <강릉>(은행나무, 2016)이 첫 권이었고, 이번 가을에 다섯 권이 추가되었다. 더 나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여섯 권 분량이다. " '윤후명 소설전집'은 길 위에 선 자의 기록이자 심미안을 가진 작가의 초상화이다. 강릉을 출발해 고비를 지나 알타이를 넘어 마침내 다시 '나'로 회귀하는 방황과 탐구의 여정이다." 79년에 등단해 80-90년대 독특한 작품세계로 독자를 매료시켰던 작가의 발자취가 때깔 좋은 전집에 고스란히 담겼다. 푸짐한 추석 선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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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문학평론가' 김주연 선생의 비평선집이 출간되었다. <예감의 실현>(문학과지성사, 2016). '김주연 등단 50주년 기념'이 명분이다. "1966년 '문학'지에 평론이 당선되며 등단한 이래, '개성과 개별적인 것을 존중하는 합리주의'와 '문학의 인간애적 이상의 구현'에 주목하는 비평적 태도로, 한국 문학의 역동적인 전개 현장의 한복판에서 그 역사를 함께 일궈온 문학평론가 김주연, 그의 50년 비평 세계를 총결산한 비평선집이다."
사실 <몸, 그리고 말>(문학괴지성사, 2014)이 나온 지 얼마되지 않아 이례적이긴 하다. 게다가 선집의 분량이 1221쪽이어서 거의 준전집 수준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문지 1세대 4인방 가운데, 김현, 김치수 선생이 작고하고 이제 김병익, 김주연 선생이 남았다.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데, 그럼에도 한 비평가의 족적을 통해서 한국문학의 반세기를 오롯하게 되짚어볼 수 있다는 건 감동이다. 선집의 무게가 시대의 무게이기도 하다는 걸 알겠다...
16. 09.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