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주말 오후에 '이주의 책'을 고른다. 선풍기만으로는 버틸 수가 없어서 수시로 에어컨을 켜면서 방콕 휴가를 보내는 중이다(알라딘도 더위를 먹었는지 계속 검색 에러가 난다). 책은 분야를 정하지 않고 눈에 띄는 대로 골랐다. <태양을 멈춘 사람들>(궁리, 2016)을 타이틀북으로 고른 건 물론 날씨 때문인데, 분야로는 과학사 쪽 책이다.
저자는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의 남영 교수이고, '혁신과 잡종의 과학사'를 제목으로 강의를 진행한다 한다. 대학가의 인기 강의로 소문이 나서 책으로 기획된 듯싶고, <태양을 멈춘 사람들>은 그 첫 권이다. 주로 지동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지동설 혁명의 입문자용 책과 고급 연구서들 사이의 중간 연결고리가 될 만한 내용을 담았다. 과학이론만이 아니라 지동설 혁명 시기의 내밀한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면서, 감정이입하며 흥미롭게 읽어가는 과정에서 과학의 실제 맥락을 좀 더 선명하게 바라볼 수 있다."
두번째 책은 팀 마샬의 <지리의 힘>(사이, 2016)이다. '지리는 어떻게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가 부제.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터키 특파원과 스카이 뉴스 외교 부문 에디터와 BBC 기자로도 일하는 등 25년 이상 30개 이상의 분쟁 지역을 직접 현장에서 취재하면서 국제 문제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해온 저자가 '지리라는 렌즈'를 통해 세계를 조망한 책이다." 세계 여행은 세계 지도를 펴놓고 하는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겐 꽤 쏠쏠한 가이드북이 될 수 있겠다.
세번째 책은 도현신의 <지도에서 사라진 종교들>(서해문집, 2016). 전작 <지도에서 사라진 사람들>(서해문집, 2013)에 뒤이은 책으로 '잊혀지는 신앙과 사라진 신들의 역사'가 부제다. "수메르와 바빌론 신앙, 미트라교, 조로아스터교, 만주족 신앙, 네스토리우스교 등 역사 속으로 사라졌거나 그 존재가 미약해진 종교들을 모았다." 저자는 종교학자는 아니고 역사교양서 저술가다.
네번째 책은 심재훈의 <고대 중국에 빠져 한국사를 바라보다>(푸른역사, 2016). 저자는 중국 고대사 전공으로 <중국 고대국가의 형성>(학연문화사, 2006) 등의 번역서도 갖고 있다. "저자는 한국 전근대 이해에 필수적인 고대 중국 연구의 소홀함과 학문적 불균형을 안타까운 논조로 짚는다. 책의 많은 부분이 고대 중국사가로서 저자의 중국사에 대한 인식과 성찰이다. 책에서 저자는 동아시아 세계의 토대를 마련한 중국 고대 문명이 중국만의 것일 필요는 없음을 역설하고 있다. 그러면서 갑골문과 금문, 죽간 등 출토문헌을 다양한 각도에서 소개하고, 중요 자료를 중심으로 화수분 같은 중국 고대 문명의 세계로 안내한다."
끝으로 다섯번째 책은 <로버트 라이시의 자본주의를 구하라>(김영사, 2016). 지난해 나온 <로버트 라이시의 1대 99를 넘어>(김영사, 2015)의 연장선상에 놓인 책으로 '상위 1%의 독주를 멈추게 하는 법'이 부제다. 저자는 경제 관료의 경험을 갖고 있는 진보 성향의 정치경제학자. 이번 책에서는 "이른바 ‘경제 내셔널리즘’이 발생하는 근본원인은 직업 안정성이 축소되고 불평등이 확대되는 동시에 임금이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줄어들기 때문이며, 그 중심에는 경제와 정부를 장악하는 비중을 점점 더 확대하고 있는 대기업, 거대 은행, 부자들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부와 소득을 독점한 상위 1%와 이러한 현상들이 서로 어떤 관계가 있고 무엇을 예고하는지 비교 분석하고, 자본주의 사회가 직면한 중요한 선택 사항들을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저자 라이시는 힐러리 클린턴의 승리로 끝난 최근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를 지지했다고 한다. 그의 관점을 가늠케 한다...
| 태양을 멈춘 사람들
남영 지음 / 궁리 / 2016년 8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