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발견'은 러시아 책이다. 러시아 인문학의 거장 레프 구밀료프의 <상상의 왕국을 찾아서>(새물결, 2016)가 출간된다. 좀 과장하자면 상상도 못한 일이다. 중앙아시아사의 최고 권위자로 알고 있는데, 이 분야의 책이 국내에 소개될 일이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찾아보니 영어판은 2009년에 케임브리지대학 출판부에서 나왔다). 부제는 '십자군과 칭기스칸, 유럽-중앙아시아와 이집트까지 지구사와 극미시사의 결합'인데, 홍보 문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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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밀료프는 학문적 업적 이전에 출생 때문에라도 주목을 받을 법한 인물이다. 20세기 전반기의 걸출한 시인인 니콜라이 구밀료프와 안나 아흐마토바가 그의 부모이기 때문이다. 아래가 가족사진이다. 두 시인 부모 사이의 꼬마가 물론 레프 구밀료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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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니콜라이 구밀료프는 1919년에 반혁명 혐의로 처형되었고, 이 때문에 아들은 1938-1956년까지 중앙아시아에서 수용소 생활을 해야 했다. 아들의 구명을 위해서 아흐마토바는 스탈린을 찬양하는 시도 여러 편 써야했다. 아래가 구밀료프와 아흐마토바의 사진이다. 1960년대 초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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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편으론 그런 수용소 생활이 중앙아시아사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어 나중에는 이 지역 역사 연구에 바탕을 둔 새로운 문명론으로 '범아시아주의'까지 제창하게 된다. 이런 정도가 내가 아는 상식이고, 실제로 그의 책을 읽어보진 못했다. 언젠가 러시아 TV 인문학자 열전에서 미하일 바흐친, 유리 로트만 등과 함께 소개되는 걸 기억할 따름이다. 작가 소개를 보니 2012년에는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념 공식우표가 발행되었고, 카자흐스탄에는 그를 기념해 '구밀료프 유라시아 민족대학'이 설립되었다 한다. 아래가 그 우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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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로 된 구밀료프를 찾아서 읽을 일은 없었을 테지만, 번역돼 나온다면 또 사정이 달라진다. 중앙아시아사를 다룬 국내서도 요즘은 드물지 않기 때문에 비교해서 읽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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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책은 러시아어본이 아니라 영어본 번역으로 보인다...
16. 07.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