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의미로 보이는데, 제목이 다르니 또 '그런가?' 싶은 책들이다. '삶의 의미(Meaning of Life)' 시리즈로 나온 존 메설리의 <인생의 모든 의미>(필로소픽, 2016)와 우에다 노리유키의 <살아가는 의미>(일토, 2016).

 

 

'삶의 의미' 시리즈는 <빅 퀘스천>과 <카뮈, 침묵하지 않는 삶>, 두 권에 대한 해제를 쓴 인연으로 내게는 친숙하다. 이번에 나온 존 메설리의 책이 가장 두꺼운 듯싶은데, 그게 제목에도 반영돼 있어서 그냥 <인생의 의미>가 아니라 <인생의 모든 의미>다. 부제도 '삶의 의미에 대한 101가지 시선들'이고. "우리 시대의 주요 철학자, 과학자, 문필가, 신학자들이 삶의 의미에 관하여 쓴 100여 가지의 이론과 성찰들을 체계적으로 분류, 요약, 정리한 책이다." 말하자면 '삶의 의미'라는 주제 사전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다.

 

 

찾아보니 우에다 노리유키는 문화인류학 전공이고, 이미 두 권의 책이 소개된 저자다. <종교의 위기>(푸른숲, 1999)와 <한달 뒤에 보자>(정신세계사, 2001)가 그것인데, 15년만에 10년 전에 나온 <살아가는 의미>(2005)가 번역돼 나온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다(이건 어떤 검색 시스템이 작동하는 걸까?). 앞서 나온 두 책이 모두 절판된 걸 고려하더라도. 국내 출판사들이 일본의 교양서들을 거의 저인망 수준으로 긁어대는 것일까? 

"우리는 살아가는 의미에 대하여 계속 생각하며 살아 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한 성적과 학교, 직장 이름, 연봉과 같은 숫자에서 그 의미를 찾고 있었는지 모른다. 문학인류학자인 저자 우에다 노리유키는 살아가는 의미의 상실을, 거품경제가 붕괴한 후 일본의 사회 상황과 함께 설명한다. 더불어 어떻게 하면 자신의 인생을 창조적으로 설계해 갈 수 있는지를 제안하고 있다."  

하긴 거품경제 붕괴 이후 일본의 상황이 지금의 우리와 닮은 꼴이어서 10년 전 일본사회를 진단한 책들이 의미가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실 찾아보면 이 분야의 책으로 분류할 수 있는 국내서가 없지 않다. 이외수, 하창수의 대화록 <먼지에서 우주까지>(김영사, 2016) 같은 인생론뿐 아니라, 윤대녕의 <칼과 입술>(마음산책, 2016) 같은 '맛 산문집'도 '살아가는 의미'에 해당할 테니까. 부제가 '우리를 살게 하는 맛의 기억 사전'. <어머니의 수저>를 다시 펴낸 것인데, "이 책은 열 가지 맛의 기억 사전 형식을 빌려 우리나라 음식의 기본이라 할 된장, 간장, 고추장, 김치, 장아찌, 젓갈부터 소, 돼지, 닭 그리고 갖가지 생선, 술, 제주도와 섬진강의 먹을거리 등을 정갈하고도 맛깔나게 써내려간 윤대녕 작가만의 풍미 가득한 산문집이다." 하긴 우리말에서 '맛'과 '의미'는 동의어이므로 <인생의 의미>란 <인생의 맛>이로군...

 

16. 07. 0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