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강의를 맡지 않은 이후로는 학기말이 한결 수월해졌지만(시험 채점과 성적 처리가 없어졌기에) 그래도 '관행적인' 후유증은 남아서 맥이 풀린 상태로 주말과 휴일을 보냈다. 장마를 대비해 어제는 서고에도 다녀왔으니 휴식만 취한 건 아니더라도 '방학'을 맞은 기분이랄까. 당장 이번주부터는 '계절학기' 모드로 들어가지만 그래도 방학은 방학이다(휴가 없이 빼곡한 강의 일정으로 채워진 방학). 곧 휴가철에 읽을 만한 책 목록들도 나올 만한데, 그와 유사한 목록을 고르는 기분으로 '7월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른다.

 

 

1. 문학예술  

 

2015년 여름에 제1부 <로마의 일인자>(전3권)이 나왔던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의 올여름 '선물'은 제3부 <포르투나의 선택>(교유서가, 2016)이다. "제3부 <포르투나의 선택>에서는 기원전 83년부터 기원전 69년까지 술라의 2차 로마 진군과 독재, 그리고 그의 사후 10여 년간을 다룬다. 제1, 2부에서 가장 매혹적인 주인공의 한 명으로 출중한 외모와 명석함과 야비함을 동시에 지닌 술라가 피비린내를 풍기며 공화정의 기반을 흔드는 독재관으로 군림하다 노쇠하여 몰락하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모름지가 여름나기용으로는 대작 장편소설만한 게 없다고 생각하는 독자들에겐 주저할 것도 없는 선택일 듯.

 

 

한수산의 장편소설 <군함도>(창비, 2016)도 일단 그런 용도 손에 쥘 만한 작품. 2003년에 펴냈던 <까마귀>(전5권)를 대폭 수정하고 새로 원고를 추가하여 완성한 결정판이라고. 문학평론가 염무웅 선생은 이렇게 평했다. "원폭의 도시 나가사끼에서 멀지 않은 섬 하시마, ‘군함도’로 더 알려진 그 섬의 지하탄광에 징용으로 끌려온 조선인 노동자들, 그들의 지옥 같은 삶과 안타까운 죽음, 불굴의 저항과 처절한 탈출로 이어지는 숨 막히는 서사를 통해 우리는 70년 전의 고난의 역사가 오늘 우리 자신의 현실처럼 재현되고 있음을 생생하게 경험한다. 원폭투하의 처참한 현장 속에서 일본인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겪어야 했던 조선인의 운명을 일찍이 이처럼 실감 있게 묘사한 소설이 있었던가 묻고 싶다."

 

 

2. 인문학

 

역사 분야에서는 앙드레 모루아의 역사 삼부작을 고른다. 최근에 나온 <프랑스사>를 비롯해 <미국사>, <영국사>까지 세 권으로 구성돼 있다. 이미 한 차례 언급한 바대로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 책들인데, 사실 분량으로는 여름 내내 읽어야 할 듯싶다.

 

 

단 권짜리를 원하는 독자라면 윌리 톰슨의 <노동, 성, 권력>(문학사상사, 2016), 닐 포크너의 <좌파 세계사>(엑스오북스, 2016), 그리고 피터 왓슨의 <무신론자의 시대>(책과함께, 2016)를 목록에 올려놓아도 좋겠다. 나도 방학 때 읽으려고 미리 점찍어놓은 책들이다.

 

 

철학 쪽에서는 '헤겔과 니체와 하이데거'를 골랐다. 국내 학자들의 책이 최근에 연이어 나왔는데, 최신한, 권대중의 <인생교과서 헤겔>(21세기북스, 2016), 강순전의 <정신현상학의 이념>(세창출판사, 2016), 그리고 박찬국의 <니체와 하이데거>(그린비, 2016) 등이다.

 

 

 

조금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원하는 독자라면 고병권의 <다이너마이트 니체>(천년의상상, 2016), 김재인의 <혁명의 거리에서 들뢰즈를 읽자>(느티나무책방, 2016), 그리고 한병철의 신작 <아름다움의 구원>(문학과지성사, 2016)을 손에 들어도 좋겠다.

 

 

3. 사회과학

 

사회과학 쪽에서는 걸출한 여성 인류학자 두 사람을 다룬 평전 <마거릿 미드와 루스 베네딕트>(현암사, 2016)와 나오미 클라인의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열린책들, 2016), 그리고 제임스 맥그래스 모리스의 평전 <퓰리처>(시공사, 2016)를 고른다. <퓰리처>는 "'오직 대중을 위한 신문'을 제창하며 언론의 황금기를 열었으나, 결국 악명 높은 황색 언론의 우두머리가 되어 언론 제국에 군림했던 조지프 퓰리처의 파란만장한 삶을 기록한 책이다." 

 

 

한국사회를 다룬 책으로는 박노자의 <주식회사 대한민국>(한겨레출판, 2016), 조윤호의 <나쁜 뉴스의 나라>(한빛비즈, 2016), 그리고 젊은 세대 연구자들의 '흙수저' 세대론, <흙흙청춘>(세창출판사, 2016)을 고른다. 특히 <흙흙청춘>은 "수많은 문제점 중 하나인 청년들에 대한 문제제기를 시작하는 책으로, 짧은 시간 동안 어째서 분노와 혐오로 우리 사회의 코드가 바뀌게 되었는지" 고스란히 드러낸다.

 

 

4, 과학

 

과학분야에서는 이번에 개정판으로 새로 나온 리처드 도킨스의 <확장된 표현형>(을유문화사, 2016), 그리고 리사 랜들의 <암흑 물질과 공룡>(사이언스북스, 2016), 그리고 토마스 데 파도바의 <라이프니츠, 뉴턴 그리고 시간의 발명>(은행나무, 2016)을 고른다. 각각 생물학, 물리학, 과학사 분야의 책들이다.

 

 

국내서 중에서도 세 권을 고르면, 물리학자 김상욱의 <김상욱의 과학공부>(동아시아, 2016), 이강영의 <불멸의 원자>(사이언스북스, 2016), 그리고 '렉처 사이언스' 시리즈의 첫 권 <기원>(휴머니트스, 2016)이다. 편견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책들은 젊은 세대가 좀더 많이 읽었으면 싶다.

 

 

5. 책읽기/글쓰기  

 

분류는 교양인문학 쪽으로 되어 있지만 '책읽기/글쓰기' 카테고리와도 긴밀하게 연관된 책들을 골랐다. 유시민의 <표현의 기술>(생각의길, 2016),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의 <인공지능 시대의 삶>(어른의시간, 2016), 그리고 한국일보 최윤필 기자의 <가만한 당신>(마음산책, 2016)이다. 이 중 <가만한 당신>의 부제는 '뜨겁게 우리를 흔든, 가만한 서른다섯 명의 부고'인데, 너무 뜨거워서 단숨에 읽지 못하고 자주 가만히 내려놓아야 하는 책이다. "상식이어야 할, 그러나 여전히 상식으로 자리 잡지 못한 가치를 위해 온몸으로 투쟁했고 스러져간 이들의 삶을 오롯이 담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도 우리를 뜨겁게 흔드는, 가만한 서른다섯 명을 결코 잊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기록이기도 하다."

 

16. 07. 03.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함석헌'을 고른다. 김영호의 <함석헌 사상 깊이 읽기>(전3권, 한길사, 2016)가 출간된 게 계기인데, 처음엔 공저로 알았지만 놀랍게도 저자의 단독 저작이다. 함석헌 사상에 대한 가장 폭넓으면서도 깊이 있는 해설서로 읽을 수 있다.

 

 

함석헌 선생의 대표 저서로는 <뜻으로 본 한국역사>(한길사, 2003)가 있고(오래 전에 강의에서 다룬 적이 있다), 평전으로는 김삼웅의 <저항인 함석헌 평전>(현암사, 2013)과 이치석의 <씨알 함석헌 평전>(시대의창, 2015)을 참고할 수 있다.

 

 

전호근의 <한국철학사>(메멘토, 2015), 한국철학사상연구회의 <처음 읽는 한국 현대철학>(동녘, 2015)에서도 함석헌 사상에 한 장씩을 할애하고 있다. 박홍규의 <함석헌과 간디>(들녘, 2015)도 두 사람의 삶과 사상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최초의 책으로 '함석헌 읽기'의 필독 목록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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