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개띠, 만 서른여섯살의 문태준 시인이 권위있는 각종 시문학상을 휩쓸고 있다(*동갑네기 소설가 김연수가 경북 김천 출신이 그의 동향 친구라고). 2004년 말 동서문학상을 시작으로 노작, 유심, 미당문학상을 거머쥔 데 이어 지난 10일엔 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제 겨우 두권의 시집을 펴낸 그가 시단의 중진, 원로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며 스타 시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문단 일각에서 제기하는 ‘문태준 안티론’의 정체는 또 무엇이며 문 시인 자신은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나갈 것인가.
◈“대표주자가 될 만하다”=소월시문학상 심사위원인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소월시문학상 심사위원회(오세영, 김명인, 최동호, 권영민, 문정희)는 문 시인의 시 작품 ‘그맘때에는’ 외 15편을 대상작으로 발표하며 “삶에 대한 깊이있는 천착에서 우러나오는 빼어난 시적 언어를 건져올렸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오세영 시인은 “생에 대한 철학적 깨달음을 미학적 형상성과 잘 결합시킬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문태준 시인의 탁월한 시적 재능”이라고 말했고, 최동호 시인은 “새로운 시대의 서정시의 한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로써 보면, 문 시인이 문학상을 많이 받게 된 이유는 진지한 철학적 사유와 언어미학을 건축하는 특별한 재능에 있다. 무엇보다 울림이 깊은 서정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곽효환(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시인은 “찰나의 깨달음을 표현해내는 선적(禪的) 직관이 전문 독자, 즉 선배 시인들에게 좋은 느낌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의 실험, 해체를 통한 난해시 경향을 우려해온 중진, 원로들이 문 시인을 통해 한국 현대시에서 서정성 회복의 가능성을 본다는 것이다(*쉽게 말하면, 문시인은 '어르신'들이 딱 좋아할 만한 시들을 쓴다). 문 시인 자신도 “시가 독자로부터 멀어진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선 서정성의 부활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좋은 서정시는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메시지를 갖고도 쓸쓸하고 아름다운 느낌을 주는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과도한 스타 만들기”↔“시로 말하겠다”=문 시인이 아름다운 서정시를 쓰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상을 몰아주는 것은 지나친 스타 만들기라는 지적이 있다. 지난해 말 존재의 소통 문제를 주로 다룬 첫 시집을 펴낸 한 젊은 시인(32)은 “문 시인이 상을 휩쓰는 것은 시단의 주류인 심사위원들의 연령, 성향이 큰 영향을 미친 듯하다”며 “우리 시의 미래를 위해선 서정시뿐만 아니라 다양하고 개성적인 실험도 소중히 여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바퀴벌레 시인들에게도 주목을!).
-문학평론가인 김수이 경희대 교수는 문태준 시의 일정한 성과를 인정하면서도 “그의 작품이 현실에 눈감은 ‘자연의 매트릭스(가상공간)’에 의지하고 있다”며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인간을 포함한 자연물들의 갈등과 악전고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그런데, 그게 한국시의 주류 아니었나?)
-문 시인은 이에 대해 “당대의 현실을 시 작품에 드러내는 것은 다른 시인들이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 존재의 성찰에 당분간 몰두해 내 안의 갈등, 욕망, 비겁함, 추레함을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 어머니를 따라 사찰에 다녔다든지, 중학교 때 크게 아팠다든지 하는 경험이 자신의 시적 성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듯싶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불교의 세계에 천착해온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의 고민이라는 것(*그는 불교방송의 PD로 일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의 시세계에 대해 “사람 마음이 계속 바뀌며 자아가 분열하는 모습을 악동(惡童)의 마음으로 그려내고 싶다”고 털어놓은 뒤 곧 “시인이 자신의 시쓰기 전략을 직접 말로 하면 안되는데…”라고 중얼거렸다.(*해탈의 경지를 보여주기에는 그는 아직 젊은 시인이다. '악동의 마음'에 더 많은 기대를 걸어보기로 한다.)
06. 04. 14./ 06. 07. 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