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강의중에 러시아식 꼬치구이인 '샤슬릭' 얘기가 잠깐 나왔다. 불현듯 샤슬릭 고기맛이 그리워지기도 해서, 하지만 당장 얻어먹을 방도가 없기도 해서, 그와 관련한 글과 이미지로 그리움을 달래기로 한다. 조재익 기자의 <굿모닝 러시아>(지호, 2004)의 한 절은 '늘씬한 미녀 베료자'란 제목을 달고 있는바, 일부 내용을 옮겨놓으면서 몇 마디 덧붙인다(나머지 책들의 이미지는 관련서라는 명목으로 '그냥' 옮겨놓았으며, 베료자나 샤슬릭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

 

 

 

저자는 서두에서 베료자(자작나무)에를 노래한 시들 몇 편을 소개하고 있는데, 거기에는 빠져 있지만 아마도 가장 최신 버전은 러시아의 '국민밴드' '류베'의 음반 중에서 국내에 유일하게 출시된 걸로 보이는 <다바이 자...>(아울로스, 2003)의 머릿곡 '자작나무'일 듯하다(<한국인이 좋아하는 러시아 로망스 베스트2>에도 들어 있다). 내가 가장 자주 즐겨듣는 러시아 음악이 이 류베의 노래들인데(몇몇 노래들은 질리도록 듣는다), 멤버들의 모습은 아래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맨앞의 '깍두기'가 리드 보컬인 니콜라이 라스토르구예프이다. 

"러시아의 자작나무는 왜 그토록 바스락거리는지?"란 가사로 시작하는 서정적인 노래이다(http://www.youtube.com/watch?v=qd4y0dtXOyw). "여성의 이름 같은 이 베료자가 바로 러시아 여성을 상징하는 나무다. 여성 가운데서도 젊은 아가씨 또는 처녀의 상징이다. 굽지 않고 하늘을 향해 쭉쭉 뻗는 늘씬한 몸메가 러시아 여성 몸매와 같고, 하얀 몸통은 러시아 여성의 뽀얀 살색, 살결과 같다는 것이다. 거기에 버드나무처럼 치렁치렁한 베료자 가지는 또 러시아 여성의 긴 머릿결과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러시아 여성들은 베료자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자랑스러워 한다."(70쪽) 책에는 여름날의 아름다운 베료자 나무숲 사진이 실려 있는데(71쪽), 나는 겨울숲의 이미지를 아래에 옮겨놓겠다.

베료자와 관련한 러시아 전통과 축제에 관한 내용들이 책에는 더 포함돼 있는데, 아주 크게 잘 자란 베료자는 신목(神木)으로 받들어지기도 했다는 것 정도만 언급해둔다. 마음은 젯밥에 더 가 있기 때문에. 다만, 베료자 가지와 잎을 엮어서('베닉'이라 한다) 러시아식 사우나에서는 등이나 배, 다리를 두드려 마사지 효과를 내는 데 사용했다는 것 정도는 상식으로 알아둘 필요가 있겠다(미할코프의 영화 <위선의 태양>에서의 '사우나 장면'을 상기해보시라) . 아래 사진에서처럼 사우나에서 '베닉'으로 서로 쳐주기도 한다. "나뭇잎 향이 그윽하고 좋아서 사우나실의 땀 냄새를 제거하는 데도 그만"이라고.

그리고, 또 베료쟈의 중요한 용도는 샤슬릭을 굽는 데 숲으로 쓰는 것이다. "가장 러시아적인 음식인 샤슬릭은 쉽게 말하면 꼬치구이다. 양고기나 돼지고기를 성양갑 크기로 썬 다음 쇠꼬챙이에 끼워 숯불에 구운 것이다." 샤슬릭의 맛을 결정하는 것은 물론 신선한 고기이겠지만, "그 다음은 숯불이 중요하다. 샤슬릭을 굽는 데 가장 좋은 숯 재료는 포도나무 줄기이다. 다음은 아카시아 나무, 산딸나무, 너도밤나무, 그리고 오크다.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베료쟈 나무다. 가장 흔하게 숲에서 구할 수 있는데다가 그 향이 은은해 샤슬릭 맛을 최골 만들어준다."(76쪽) 그럼, 이제 맛은 못 봐도 구경이나 좀 해보도록 한다.

샤슬릭은 야외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구워먹는 것이 제 격이지만(<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의 소풍 장면에서처럼) 러시아 음식점이나 주점의 주요 메뉴이기도 하며, 주문할 경우 대략 아래와 같은 모습으로 나온다. 그걸 러시아산 맥주 '발티카'('발찌까')와 함께 먹어주시면 되겠다. 특히 여름날에!..

끝으로, 샤슬릭 에티켓을 덧붙인다: "샤슬릭 요리를 할 때 러시아에서는 고기를 양념에 재고 숯을 준비하고, 고기를 굽고 식탁에 차리는 것까지 모두가 남성 몫이다. 여성들은 그저 숯불에 노릇노릇 구워지는 샤슬릭을 바라보며 군침만 삼키다가 다 구워진 샤슬릭을 먹기만 하면 된다. 이 샤슬릭을 만드는 남성들이 지켜야 할 철칙이 있다. '고기를 구울 땐 여성을 대하듯 하라.' 절대 서두르지 말 것,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으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샤슬릭을 구우라는 것이다. 여성을 대하듯 쉼없이 고기에 관심을 보일 것이며 주의를 기울이고 인내할지어다. 비록 숯불 매운 연기에 코가 맵고 눈이 매울지라도 샤슬릭 고기에서 눈을 떼지 말라는 것이다."(76쪽) 세상에 인내 없이 되는 일이란 없는 법이다...

06. 04.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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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6-04-04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 합정역 근처의 '러시아 문화의 집' 2층 루슬란에서 샤슬릭을 먹었습니다. 그게 러시아에서 먹는 제대로 된 샤슬릭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좀 퍽퍽하던데요.

로쟈 2006-04-04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시아 샤슬릭이 맞습니다. 한데, 우리의 갈비도 그렇지만 문제는 '러시아'가 아니라 (신선한)'고기'겠지요. 맛은 제 입맛에도 우리 갈비가 더 좋습니다. 그저 가끔은 별미가 그리운 법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