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근대문학 작가들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면서 자주 토로했던 건 작가 전집 부재에 대한 불만이었다. 과거에 출판된 적이 있지만 이미 절판된 지 오래인 이광수나 염상섭 전집이 다시 나오지 않는 것은 미스터리이면서 수치로 여겨진다(수치로 여기지 않는다면 뭐 할 수 없는 노릇이다). 특히나 주요 장편들조차도 <삼대> 외에는 거의 재간되지 않은 염상섭의 경우가 유감스러웠는데, 문학과지성사의 한국문학전집을 기준으로 하면 장편(<삼대>), 중편집(<만세전>), 단편집(<두 파산>)으로 갈무리된 모양새다.

 

 

그런데 이 정도 규모의 '선집'은 중고등학생용이고, 좀더 적극적인 관심을 가진 성인 독자를 위해서라면 더 확충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40여 년간 작가로서 활동한 20세기 한국문학 최대 작가(라고 나는 생각한다)에 대한 예우이기도 하다. 그나마 최근 들어 상황이 좀 나아지고 있는 듯해서 (아직 성에 차는 건 아니지만) 다행스럽다. 두 가지 점에서 그런데, 하나는 염상섭 문장전집이 완간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셰계문학으로서의 염상섭 문학'이라는 타이틀로 그의 작품들이 다시 나오고 있다는 것.  

 

 

지난 2013-2014년에 걸쳐 완간된 <염상섭 문장전집>(전3권)은 1987년에 민음사에서 나왔던 <염상섭 전집>(전12권) 이후의 성과라고 할 만하다(<전집>에 누락된 작품들도 발견되고 있어서 12권 전집은 보완될 필요가 있다. 절판된 지 오래됐기에 무의미한 주문이지만). 이 두 종의 전집이 나란히 서점에 꽂혀 있지 않은 게 유감인데 여하튼 <전집>을 놓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1987년에 나는 <염상섭 전집>을 손에 넣을 만한 재력도 안목도 갖고 있지 않았다. 외국문학 전공의 학부 1학년생에게 염상섭은 <삼대>의 작가로 충분했기에) <문장 전집>은 이번에 완비하기로 했다.

 

 

글누림에서 나오고 있는 '염상섭 문학'은 지난해 말에 1차분으로 세 권이 나왔다. 염상섭의 '아동문학'으로 <채석장의 소년> 외 <효풍>과 <난류> 두 편의 장편이 포함된 리스트이다. '계속 발간됩니다'라고만 예고돼 있어서 전체적인 기획이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 알 수 없지만(*전집 규모가 될 거라고 한다) <전집>을 대체할 만한 수준은 되기를 기대한다(물론 속도도 중요하다. 2차분은 언제쯤 나오는 것일까?). <사랑과 죄>나 <광분> 같은 초기 장편, <삼대>의 후속편 <무화과> 등이 내가 일차로 구하려는 장편들이지만(어지간한 대학도서관에서도 대출이 쉽지 않은 책들이다. 무슨 러시아 책을 구하는 것도 아니건만) 언제쯤 손에 넣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좀 전문적인 독자나 염상섭 전공자라면 작품 전집과 함께 구비하고 있어야 할 책이 기본 연구서다. 염상섭에 대해서는 대략 합의가 이루어져 있는 것 같은데, 3-4권의 책이 '기본'이다. 먼저 김종균 교수의 <염상섭 연구>(고려대출판부, 1974)와 김윤식 교수의 <염상섭 연구>(서울대출판부, 1987). 상당한 분량의 책들이고 염상섭 연구의 초석을 쌓은 책들이다. 둘다 절판된 상태인데(나는 김윤식 교수의 책만 갖고 있다) 이런 기본서들도 건사하지 못하는 대학출판부들이 반성할 대목이다. 그리고 이보영 교수의 <난세의 문학>(예림기획, 2001)과 김경수 교수의 <염상섭 장편소설 연구>(일조각, 1999)가 보태진다. <난세의 문학>은 국문학자가 아닌 원로 영문학자의 저작이란 점이 눈길을 끄는데, 염상섭 전공자들이 입을 모아 애기하듯 상당한 폭과 깊이를 갖춘 연구서다.

 

 

그밖에 참고할 만한 작가론으로 유종호 교수가 엮은 <염상섭>(서강대출판부, 1998)과 2013년 염상섭 학회의 결과물로 염상섭 연구의 현단계를 확인하게 해주는 <저수하의 시간, 염상섭을 읽다>(소명출판, 2014), 곽원석의 <염상섭 소설어사전>(고려대출판부, 2002) 등이 기본서에 준한다. 염상섭은 동시대 작가들도 놀라워한 어휘력의 소유자였다.  

 

 

어제 배송받은 책의 하나는 영역판 <삼대>(2006)다. 영어로 읽을 수 있는 염상섭의 작품으론 '바이링궐' 시리즈로 나온 <두 파산>(아시아, 2015)이 더 있는 정도(알라딘에서 구할 수 있는 건 이 두 종으로 보인다). 어떻게 번역됐는지 궁금해서 구입했는데, 외국 독자가 읽을 수 있는 염상섭도 이런 몇 작품에 국한될 거라고 생각하니까 '세계문학으로서 염상섭'은 아직 미래의 일로 보인다. '한국의 발자크'가 세계 독자들에게도 읽히고 평가받을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물론 그들보다 먼저 염상섭을 읽어야 할 사람은 우리 자신이다...

 

16. 0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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