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사후 100주년이기도 해서 현암사에서 나오는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도 완간될 예정이다(6월쭘이라고 한다). 이 전집 완간을 계기로 하반기에 소세키 읽기 강의를 기획하고 있는데, 기획에 참고할 만한 책이 나왔다. 오쿠이즈미 히카루의 <가뿐하게 읽는 나쓰메 소세키>(현암사, 2016)다. 저자는 소세키 연구자나 비평가가 아니라 아쿠타가와상 수상 경력의 작가다. 국내에는 수상작 <돌의 내력>(문학동네, 2007)과 <손가락 없는 환상곡>(시공사, 2011)이 번역돼 있다.   

 

 

아직 번역되지 않은 책으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살인사건>이 있는데, 제목만으로도 소세키에 대한 오마주로 쓰인 작품이란 걸 알 수 있다. 그가 소세키 가이드북을 펴낸 배경이기도 하겠다. 실제로 책은 "소세키를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쓰였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함께 초기작으로 가장 많이 읽히는 소세키의 작품은 <도련님>이다. 지난주에 소세키에 대한 맛보기 강의로 오랜만에 <도련님>을 한 강의에서 다루었는데, <도련님>의 결말과 관련하여 소세키의 근심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쿠이즈미의 견해도 다르지 않다. 시코쿠의 시골 중학교에서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고 도쿄로 돌아온 도련님은 하녀이자 보호자인 기요와 함께 살지만 기요가 곧 폐렴으로 죽는다. 작품의 결미는 이렇다.

죽기 전날 기요는 나를 불러 말했다.

"도련님, 제가 죽거든 제발 도련님네 묘가 있는 절에 묻어주세요. 무덤 속에서 도련님이 오시는 걸 기다리고 있겠어요."

그래서 기요는 지금 고비나타의 요겐지라는 절에 있다.

이에 대한 오쿠이즈미의 소감. "이렇게 <도련님>은 끝나지만 그 뒤 도련님이 어떻게 될까를 상상해보면 무섭습니다. 그는 너무나 고독하기 때문입니다. 도련님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잘 살아가기 어려울 거라는 걸 작품에서 소세키는 충분히 암시했다.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지 않는다면. 그게 말하자면 '도련님의 시대'의 종언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전집을 읽고 주요 작품에 대해 강의하면 올해도 저물어 가겠다.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를 다시 읽었다는 것과 함께) 나쓰메 소세키를 읽었다는 게 남겠다...

 

16. 0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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