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발견'으로 리처드 호가트의 <교양의 효용>(오월의봄, 2016)을 고른다. 언젠가, 어디선가 출간 예고를 접하기는 했는데, 이런 류의 책이 대개 그렇지만 막상 실물로 접하게 되면 놀라움 섞인 반가움의 표정을 짓지 않을 수 없다.

 

 

'교양'이라고 번역된 말은 영어의 '리터러시'다. 읽고 쓰는 능력을 가리키는 말로 '문해력'이나 '문식성'이라고도 옮긴다(학술용어로는 그렇다). 그걸 넓게 보아 '교양'이라 불러도 틀린 말은 아니겠고. 다만 상당히 넓은 의미의 교양이다. 부제는 '노동자계급의 삶과 문화에 관한 연구'. 책소개가 간략하게 그 의의를 짚고 있다.

호가트는 문화연구라는 학문 분야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으며, 문화연구 전개에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교양의 효용>은 20세 초중반의 영국 노동자계급 문화를 생생하게 다루고 있는 책이다. 호가트는 노동자계급의 삶과 문화를 분석하기 위해 음악, 신문, 잡지, 라디오, 텔레비전, 영화, 책 등의 대중매체뿐만 아니라 일상 속의 가족의 역할, 남녀 관계, 술집 문화, 언어 형태까지 꼼꼼하게 조사했다. 호가트는 왜 문화연구자들이 노동자계급 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보여주었으며, 더불어 노동자계급의 문화가 해당 시기의 정치, 경제, 사회적 변화와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고 발전하며 변화하는지를 상세하게 밝혔다. 즉 이 책은 이후 잇달아 등장하게 될 영국 노동자계급 문화에 대한 연구의 효시라고 불러도 좋을, 문화연구 분야의 고전 중 고전이다.

 

문화연구 분야가 막 관심거리가 되던 90년대에 이미 번역 소개되었어야 하는 책이므로(1957년작이다) 좀 뒤늦은 감은 있지만, 늦게라도 나와주니 다행이기도 하다. 고전급에 해당하는 책이어서 원저는 지금도 쉽게 구할 수 있다. '노동자계급 문화 연구'의 효시격 책이라고 했는데, 다른 책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내가 떠올릴 수 있는 건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1963) 정도이기에).

 

교양을 주제로 한 책이어서 <교양의 효용>과 같이 묶은 것은 허병식의 <교양의 시대>(역락, 2016)이다. 다른 소개는 아직 없지만 '한국근대소설과 교양의 형성'이란 부제에서 대략 내용을 어림해볼 수 있다 요즘 한국문학을 강의하면서(<춘향전>과 <홍길동전>, 그리고 <혈의 누>까지 다루고 이번주부터는 이광수를 읽는다) 자료들을 읽고 있기에 자연스레 독서목록에 추가한다.

 

여하튼 반가운 책들은 손에 들기 전에도 이미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독서 다이어트에 도움이 안되는 책들이다!..

 

16. 0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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