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연 눈에 띄는 그래픽노블 두 권을 같이 묶는다. 자크 타르디의 <파리 코뮌>(서해문집, 2016)과 케이트 에번스의 <레드 로자>(산처럼, 2016)다.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다룬 점이 공통적이다.
먼저, <파리 코뮌>의 부제는 '민중의 함성'이다. 1871년 파리 코뮌을 무대로 한 장 보트랭의 역사추리소설 <민중의 함성>(1999)을 원작으로 해서 프랑스의 국민만화가가 각색한 그래픽노블이어서다.
"어느 날 밤 파리의 알마 다리에서 의문의 여인 변사체가 발견되는 사건으로 시작되는 이 책은, 젊은 코뮌 전사 지케와 릴리가 페르 라셰즈 담을 넘어 사라지는 5월 28일로 막을 내리기까지 두 달여 시간 동안, 파리 코뮌의 성립에서부터 마지막 바리케이드가 무너질 때까지의 하루하루를 숨차게 그리고 있다. 1871년 3월 18일부터 5월 28일까지의 코뮌 시기를 주무대로 그렸지만, 코뮌의 배경이 된 보불전쟁을 비롯해 코뮌 정부와 티에르의 베르사유 정부와의 갈등, ‘피의 일주일’ 동안 폭풍처럼 몰아친 살육과 저항의 풍경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알라딘에는 <파리 코뮌>의 스페인어판이 등록돼 있고, 영어판 <민중의 함성>도 올라와 있다(소프트카바는 절판됐고, 하드카바만 구할 수 있다).
파리 코뮌만 따로 단행본 분량으로 다룬 책은 일본 학자 가쓰라 아키오의 <파리 코뮌>(고려대출판부, 2007) 외에는 얼른 생각나지 않는다. 노명식 선생의 <프랑스 혁명에서 파리 코뮌까지, 1789-1871>(책과함께, 2011) 정도가 그나마 장기 프랑스혁명사에서 파리 코뮌의 의의를 부각시키고 있다. 최근에 구한 책으로 앨리스테어 혼의 <파리의 함락>(2015)가 파리 코뮌을 다룬 두드러진 사례인데, 480쪽 분량이다. 소개된다면 자크 타르디의 그래픽노블과 좋은 짝이 되겠다.
<레드 로자>는 부제대로 '만화로 보는 로자 룩셈부르크'의 생애다. 막스 갈로의 평전 등이 나왔지만 이 걸출한 여성 혁명가의 생애와 사상이 그다지 널리 알려지진 않은 듯싶다. 만화 형식을 빌린 만큼 젊은 세대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을 듯해서 반갑다.
"로자 룩셈부르크의 일대기를 만화로 그린 작품이다. 로자의 탄생에서부터 혁명의 격변기를 살아간 사회주의자이자 혁명가이며, 연인들과 애틋한 사랑을 나누는 여성으로서의 로자의 삶이 연대순으로 그려진다. 당대의 격변하는 시대 배경을 거침없이 묘사해내는 그림에, 드라마틱하면서도 서정적이고 유머러스한 로자의 투쟁과 일상 등이 한데 어우러져, 로자의 시대와 삶과 사상이 한손에 잡힐 듯이 그려지고 있다."
더불어 몇 권 소개돼 있지 않은 로자의 주저들도 번역되면 좋겠다. 말이 나온 김에 보태자면, '로쟈'라는 닉네임이 '로자 룩셈부르크'에서 가져온 것이냐고 묻는 분들이 예전에 더러 있었는데 로쟈(Rodya)는 로자(Roas)와 아무 관계가 없다. <죄와 벌>의 주인공 로쟈(로지온 라스콜니코프)는 나폴레옹을 꿈꾼 가난한 대학생이자 전당포 노파 살인자였을 뿐이기에. 로자 룩셈부르크는 그보다는 훨씬 탁월한 인물이었다...
16. 0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