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권의 현대사 책을 '이주의 발견'으로 고른다. 리처드 번스타인의 <1945 중국, 미국의 치명적 선택>(책과함께, 2016)과 아론 브레그먼의 <6일 전쟁 50년의 점령>(니케북스, 2016)이다.
우리에게는 특별하지만(이안 브루마의 <0년>을 보면 세계사적으로도 그렇긴 하다) 1945년이 중국에도 특별한 연도인가 싶은데, <1945 중국, 미국의 치명적 선택>은 그렇다고 말한다. 무슨 일이 있었던 해인가? "1945년은 중국에 있어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전개된 100년 굴욕의 역사에 마침표를 찍은 해이다. '뉴욕타임스' 기자 리처드 번스타인은 이 해를 전후로 미국에 타전된 중국발 보고서를 모두 모아 한 편의 정치 외교 드라마로 구성했다." 원저의 부제는 '마오의 혁명과 미국의 치명적 선택'이다(이를 번역본은 'G2 시대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라고 옮겼다). 미중관계사를 다룬 책으로 분류할 수 있겠는데, 한 추천사는 책의 의의를 이렇게 짚었다.
“미국과 중국이 강대국 관계의 ‘새로운 모델’을 탐색하고 있는 시기에 리처드 번스타인의 이 고무적이고 유용한 책은 오늘날 도전의 뿌리가 된 시기를 근본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로 하여금, 미국의 동아시아 개입의 끔찍한 복잡성과 역사의 중요성, 그리고 운명적인 선택을 한 사람들의 시각이 제한돼 있었던 사실에 관해 그 어느 때보다도 잘 알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이스라엘과 아랍간의 6일 전쟁과 그 결과에 대해서는 상식선에서 알고 있지만, 정작 자세한 내막과 경과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는데(관련서가 있었던가?) <6일 전쟁 50년의 점령>은 바로 그 갈증을 해소해주는 책이어서 반갑다. "이스라엘은 1967년 6일전쟁을 통해 요르단 강 서안, 골란고원, 가자 지구, 시나이반도를 점령하고 중동의 지도를 영원히 바꾸고자 했다. 이 책은 6일전쟁에서 시작되어 5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사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 번째 역사책이다."
원제는 <저주받은 승리>. 물론 이 승리는 이스라엘의 승리이지만, 이후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한 50년의 점령사가 많은 희생을 치르며 중동 지역을 세계의 화약고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저주받은'이라고 수식될 만하다. 저자는 이스라엘 태생으로 6년간 포병장교로 근무한 경력까지 갖고 있지만 조국의 대 팔레스타인 정책에 반대하여 이스라엘을 떠났고 현재는 영국 런던의 킹스칼리지에서 전쟁연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주 전공분야가 바로 이스라엘 전쟁사로 <저주받은 승리> 외에 <이스라엘의 전쟁: 1947년 이후의 역사>란 책도 갖고 있다.
<6일 전쟁 50년의 점령>에 대한 이코노미스트의 평은 이렇다. "이스라엘 군정 반세기의 산물로, 유대인이 아랍인을 못살게 굴고 있음을 보여주는 기록은 수없이 많다. 아론 브레크먼의 이 책은 그중에서도 수작이다. 저자는 ‘문명개화한 점령’이라는 허울 아래 자행된 무자비한 점령 통치의 실체를 드러내 보인다." 원저도 구해봐야겠다...
16. 03. 22.
P.S. 6일 전쟁을 다룬 책으로는 제러미 보엔의 <6일 전쟁>(플래닛미디어, 2010)이 번역됐었다. 현재는 절판. 저자는 BBC의 중동통신원으로 2013년에는 아랍 봉기에 관한 책도 펴냈다. 이 또한 궁금한 타이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