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봄학기에 새롭게 진행하는 강좌 중의 하나는 '20세기 러시아문학 강의'다(http://blog.aladin.co.kr/mramor/8193359). 이미 지난겨울에 공지한 바 있는데, 작가로는 안톤 체호프부터 나보코프까지이고, 작품으로는 <벚꽃동산>에서 <롤리타>까지다. 16주간 9명의 작가의 대표작 12편을 읽는 장정이다(단편집을 한 편으로 쳐서 그렇다). 미리 읽어볼 책을 질문해오시는 분들도 있어서 몇 가지 참고사항을 적는다.

 

 

먼저 러시아문학에 입문하시는 분이라면, 그런 용도로 쓰인 <로쟈의 러시아문학 강의>(현암사, 2014)를 참고하실 수 있다(이에 대한 강의는 http://blog.aladin.co.kr/mramor/8208487). 대개 19세기 러시아문학 강의를 먼저 들으신 분들이 많을 것 같기는 하지만 19세기 문학이 '선이수 과목'인 것은 아니다. 참고할 만한 문학사 책으론 미르스키의 <러시아문학사>(써네스트, 2008)와 에드워드 브라운의 <현대 러시아문학사>(충북대출판부, 2012)가 있다. 요즘은 이 정도 책만 되어도 전공학생들이나 읽기 때문에 부담감을 가지실 필요는 전혀 없다.

 

 

다양한 화보를 포함하고 있어서 유익한 참고가 되는 책은 <러시아의 문학과 혁명>(웅진지식하우스, 2010)이다. 재작년에 반값할인 판매를 할 때 구입해두었다면 좋을 책이지만, 미리 손을 쓰지 못한 분들은 도서관에서 대출해보셔도 좋겠다. 라쟈노프스키의 <러시아의 역사>(까치, 2011)는 나도 학부 때 읽은 책으로 관련서 가운데서는 미르스키의 <러시아문학사>와 함께 가장 오랜 생명력을 자랑한다. 현재 나와 있는 건 원서의 8판을 옮긴 개정판이다.   

 

 

20세기 대표 작가 중 숄로호프와 파스테르나크가 빠진 것에 대해 질문하신 분도 계신데, 숄로호프의 경우에는 대표작 <고요한 돈강>을 다룰 만하지만, 워낙 방대한 분량인데다가 현재 믿을 만한 번역본이 나와 있지 않다. 이전에는 몇 종 있었지만 지금은 유일한 번역본인 동서문화사판은 일어 중역본이다. 아직도 원전 번역은 이루어지지 않은 셈. 번역서가 나올 거라는 애기는 몇년 전에 접한 바 있지만 여의치 않은 모양이다.

 

 

파스테르나크의 경우도 <닥터 지바고>를 다뤄야 하지만, 현재 남아 있는 두 종의 번역본이 좀 '올드'하다. 세계문학전집판의 새번역본이 올해는 나올 예정인 것으로 아는데, 그때 다시 다루려고 한다. 톨스토이의 대작 <전쟁과 평화>도 올해는 새 번역본(내지 개정판)이 나온다고 하니까 같이 다뤄도 좋겠다.  

 

 

이들 두 작가가 빠지는 대신에 미하일 조셴코나 바를람 샬라모프 같은 작가를 강의에서 처음 다루게 되었다. 물론 그게 가능한 것은 번역본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충분히 다룰 만하지만 마땅한 번역본이 없어서 제외한 작가도 여럿 되는데, 이삭 바벨(<기병대>)이나 유리 올레샤(<마호가니>에 수록된 <질투>) 등이 그렇다. 그런가 하면 안드레이 벨르이의 <페테르부르크>(문학과지성사, 2006)처럼 교양 수준을 넘어서기에 제외한 작품도 있다(나보코프는 조이스의 <율리시즈>에 견준다). 어차피 한정된 일정이기에 취사선택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러시아의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인(1933년) 이반 부닌도 마찬가지다. 단편집과 대표 장편 <아르세니예프의 생애> 등이 소개돼 있는데, 자전적 소설인 <아르세니예프의 생애>는 세계문학전집판으로 다시 나온다는 애기가 있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기도 한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대한 강의가 올해 계획돼 있기에, 부닌의 작품도 새 번역본이 나오면 내년쯤 다뤄볼 생각이다. 벨르이의 <페테르부르크>도 함께. 그런 정도까지 다룬다면 20세기 러시아문학 강의를 띄엄띄엄했다는 핀잔은 면하겠다...

 

16. 03. 0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