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먼저 2009년에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의 전기가 나왔다. 이충렬의 <아, 김수환 추기경>(김영사, 2016).
"김수환 추기경의 삶과 영성을 총체적으로 그려낸 공인 전기. 김수환 추기경 개인 일기에서부터 미사 강론, 묵상, 서간, 저술 등 각종 기록을 비롯해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 소장된 자료, 추기경과 함께했던 선후배 신부들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을 찾아가 사실을 확인하고 육성을 담았다. 왜 사느냐, 어떻게 사느냐, 무엇을 위해 사느냐에 대한 질문과 답으로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김수환 추기경의 공인 전기라는 데서 의의를 찾을 수 있겠지만, 감수의 글을 쓴 조광 교수의 말대로 '김수환 추기경을 통해서 본 한국 현대사와 천주교사'로서도 읽을 수 있다.
재미 저술가인 저자는 근현대사의 주요 인물들에 대한 전기를 연이어 내놓고 있는데, 간송 전형필, 혜곡 최순우, 김환기 화백 등이 김수환 추기경 이전에 그가 다룬 인물들이다.
'철학, 사회학 분야의 연구자이자 작가'로 소개되는 우석영도 '한국 도시 인문학'을 표방하며 <철학이 있는 도시>(궁리, 2016)를 펴냈다. "저자는 개개인의 인간적 삶이 처참히 무너져내리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에 주목하면서, 대다수의 한국인이 오늘날 도시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또 왜 그렇게 살아가게 되었는지, 이 시대의 집합적 삶을 그 근원에서 네비게이팅하는 정신성과 그 뿌리는 무엇인지 등을 탐구한다."
소개만으로는 어떤 책인지 가늠하기 어려운데, 그런 면으로는 저자의 전작인 <낱말의 우주>(궁리, 2011)나 <수목인간>(책세상, 2013)도 마찬가지다. '환경철학, 문명론, 평화학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인문사회과학과 과학의 융복합 글쓰기를 추구한다"라는 소개가 힌트가 될까. '융복합 글쓰기'의 새로운 시도가 새로운 전범이 될지는 더 두고봐야겠다.
작가 장정일의 새로운 책이라면 요즘은 서평집을 떠올리기 쉬운데, 이번에는 인터뷰집이다. '43인의 나를 만나다'를 부제로 한 <장정일, 작가>(한빛비즈, 2016). 서문 제목이 '굿바이 인터뷰'이고 "남은 평생 동안, 이런 일과는 영영 이별이다"는 토로를 고려하면 처음이자 마지막 인터뷰집일 듯싶다.
"저자 장정일은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작가다. 시인으로 문학계에 등장해 희곡과 소설을 쓰며 장르를 넘나드는 창작을 하는 작가다. 그의 책 읽기도 생존을 위해 먹이를 찾는 야생을 닮았다. 저자는 작가들의 시시콜콜한 사생활이나 술자리 에피소드에는 관심이 없다. 자신의 기준으로 선정한 작가들을 만나 텍스트 너머에 실존하는 그들의 정신세계를 파헤치는 것이 오롯이 그의 목표가 된다."
장정일의 인터뷰 연재가 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니까 '젊은 장정일'을 떠올리게 되는데, 독서일기와 서평집을 제외하면 내가 좋아하는 장정일은 <햄버거에 대한 명상><너희가 재즈를 믿느냐?><보트하우스>의 장정일이다. 시집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절판된 상태(김영사에서 나왔던 6권짜리 문학선집도 지금은 절판된 걸로 보인다)라 과거지사가 되었다. <공부> 이전의 장정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더 즐거운 마음으로 회고하게 되는 것은 그 시절의 장정일이다...
16. 0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