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사에 관한 책이 출간됐다. 정확히 말하면 재출간됐다. 제임스 르 파누의 <현대의학의 거의 모든 역사>(알마, 2016)인데, 절판된 <현대의학의 역사>(아침이슬, 2005)가 재번역돼 나온 것이다.

 

 

번역본이 668쪽, 원서도 600쪽 가까이에 이르는 두툼한 책이다. 내용은 제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현대의학의 역사를 간결하고 알기 쉽게 정리하고 있다. 현대의학의 번영부터 쇠퇴에 이르기까지, 그 장대한 파노라마를 단 한 권의 분량으로 요령 있게 펼쳐 보인다. 특히 1940년대부터 시작된 현대의학의 괄목할 만한 성취를 '열두 가지 결정적 순간'으로 압축한 제1부에서는, 현대의학의 두 축인 항생제와 코르티손의 개발부터 개심술을 통한 고난도 심장 수술, 그리고 장기이식이라는 마법의 완성까지 주요 혁신 기술들의 탄생과정이 흥미진진하게 소개되고 있다."

원제는 '의학의 번역과 쇠퇴'. 번영은 이해가 되지만 '쇠퇴'는 무얼 뜻하는지 궁금하긴 하다. 소개에 따르면, " 저자는 1970년대부터 조짐을 드러낸 현대의학의 쇠퇴 양상에 대해서도 책의 절반 이상을 할애해 치밀하게 서술한다. 기존 의학 연구가 한계에 다다를 즈음 새로운 동력으로 등장한 사회 이론과 신유전학이 어디에서 어떻게 실패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다른 의학사에서도 그렇게 기술하는지 궁금하다. 의학의 역사를 다룬 책이 드물지는 않다. 국내 저자로는 황상익 교수의 책들이 의학사 관련서들이고, 이재담의 <서양의학의 역사>(살림, 2007), 재컬린 더핀의 <의학의 역사>(사이언스북스, 2006), 로이 포터의 <의학: 놀라운 치유의 역사>(네모북스, 2010) 등이 모두 같은 분야의 책이다. 그럼에도 분량으로는 <현대의학의 거의 모든 역사>가 가장 방대하다. 정확한 건 비교해봐야 알겠지만 기본서 역할을 해줄 듯싶다.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정신의학과 전문의 하지현 교수가 정신의학의 역사를 스케치한 <정신의학의 탄생>(해냄, 2016)을 펴냈다. "200년 정신의학의 역사적 사실과 과학적 진실을 쉽게 풀어낸 책"으로 네이버캐스트 연재물을 단행본으로 엮었다. 예전에 한번 다룬 적이 있지만 정신의학과 관련해서는 (미셸 푸코의 책들을 별도로 하면) 에드워드 쇼터의 <정신의학의 역사>(바다출판사, 2009), 앤드류 스컬의 <현대 정신의학 잔혹사>(모티브북, 2007)도 같이 참조해야 하는 책이다. 정신의학의 탄생 못지 않게 그 공과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방송이나 팟캐스트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아산병원의 정신의학 전문의 김병수 박사도 정신의학에 관한 가벼운 읽을 거리를 펴냈다. <마음의 사생활>(인물과사상사, 2016). 하지현의 <정신의학의 탄생>과 같이 읽어봄직하다. 나부터도 사이코패스 권력자들 이야기나 예술가들의 조울병 이야기를 이 두 권의 책에서 비교해가며 읽었다. 그에 관한 포스팅은 언젠가 시간이 날 때...

 

16. 02. 09.   

 

 

P.S. 의학 교재용 책을 제외하면 의학 관련서의 하위장르에는 '병원의 진실'도 포함된다. 대개 범죄소설이나 공포물의 인상을 주는데 독일의 전직 의사 베르너 바르텐스의 <의사 유감>(알마, 2015)도 그에 해당한다. "의사로 생활하다 병원 현실에 염증을 느끼고 저널리스트로 진로를 수정한 저자는 한때 자신이 몸담았던 의료계의 현실을 유머러스하고 통쾌한 문체로 가감 없이 까발린다. 그가 들려주는 병원 안 풍경은 충격적이고 살풍경하고 웃긴다. 그러나 저자는 결코 병원 파괴론자는 아니다. 그가 쓰디쓴 독설을 쏟아내는 이유는 죽어가는 의학을 살리기 위해서다." 병원의 실상이라는 게 비슷한 편일 것이기에 우리에게도 참고가 되겠다.

 

또다른 장르는 '의학의 미래'인데, 가장 대표적인 표상이 청진기가 사라진 진료실이다. 그에 관해서는 에릭 토폴의 <청진기가 사라진다>(청년의사, 2012)란 예고편이 나왔었고, 지난해에는 본편 격으로 <청진기가 사라진 이후>(청년의삭, 2015)가 출간되었다. <청진기가 사라진다>의 원제는 <의학의 창조적 파괴>. 의학도나 예비의학도들이라면 필독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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