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순서상 두어 주 밀린 저자들도 함께 다룬다. 먼저 슬라보예 지젝. 여섯 편의 글모음으로 <왜 하이데거를 범죄화해서는 안 되는가>(글항아리, 2016)가 출간되었다. 같은 형식의 책으로는 <신을 불쾌하게 만드는 생각들>(글항아리, 2015)에 이어지는 것이다. 시사평론집으로 분류할 수 있을까. <멈춰라 생각하라>(와이즈베리, 2012)에 이어지는 그의 '생각들'을 읽어볼 수 있다.
"슬라보예 지젝이 여러 지면에 발표한 글 여섯 편을 엮은 책. 하이데거의 나치 가담,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논쟁, 시리아 난민, 전 지구적 자본주의, 그리스 국민투표 등 각기 다른 주제를 다루었지만 지젝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간명하다. 사태를 단순하게 받아들이지 말라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나치에 동조했다. 여기저기서 반유대적인 발언을 했다. 그러나 저자는 이를 직접적으로 범죄화하는 것은 너무나 손쉬운 탈출구가 아닌가, 하고 질문을 던진다."
인도 작가 아룬다티 로이의 대표작 <작은 것들의 신>(문학동네, 2016)이 새 번역본으로 다시 나왔다. 1997년 데뷔와 동시에 부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인도의 이국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사회의 제도와 관습에 의해 한 가족의 삶이 파괴되는 과정을 그려낸 이 작품은, 출간 전 160만 달러라는 당시로서는 기록적인 선인세를 받았고, 출간 후 전 세계에서 40여 개 언어로 번역 출간돼 6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뉴욕타임스 '주목할 만한 책', 인디펜던트, 선데이타임스, 옵서버 '올해의 책' 등으로 선정되었다. <작은 것들의 신>은 아룬다티 로이의 유일한 소설 작품이다."
유일한 작품이 된 것은 로이의 관심사가 직접적인 사회운동 쪽으로 더 쏠렸기 때문이다. 가라타니 고진은 생태운동에 나선 문학평론가 김종철과 함께 아룬다티 로이를 '근대문학의 종말'을 보여주는 실제적 사례로 꼽기도 했다. 곧 문학이 할 수 없는 일, 문학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는 것. <작은 것들의 신>과 로이의 다른 책들은 그런 면에서도 비교해봄직하다.
그리고 나이지리아 출신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강연과 에세이를 모은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창비, 2016). 이미 알라딘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책이다.
"소설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는 페미니즘에 대한 온갖 오해를 단호하고도 위트 있게 반박하며 여성과 남성 모두를 페미니즘의 세계로 초대한다. 전통적인 성역할에 고착된 사고방식이 남성과 여성 모두를 짓누르고 있으며, 페미니즘을 통해 우리 모두가 더욱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역설한다. '모두를 위한 21세기 페미니스트 선언'이라 부를 만하다. 유튜브에서 250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한 2012년의 TED×Euston 강연을 바탕으로, 2014년 미국에서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번에야 검색해보게 되었는데, 아디치에의 작품들은 이미 여럿 번역되었다. <태양은 노랗게 타오른다><숨통><아메리카나> 등인데, 에세이에서 시작된 독서의 여정이 장편소설로 이어져도 좋겠다. 아디치에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여자든 남자들, 우리는 모두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합니다."
16. 02. 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