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가 루이페르디낭 셀린의 작품집이 '제안들' 시리즈의 하나로 번역돼 나왔다. <제멜바이스/ Y교수와의 인터뷰>(워크룸프레스, 2015). 덕분에 다시금 떠올리게 된 것이 셀린의 <밤 끝으로의 여행>이다. 한 세계문학전집에 들어 있던 <외상 죽음>으로 이름을 기억하는 이 작가의 대표작이다. 아마 처음 접한 제목으로는 '밤의 끝으로의 여행'이었을 것 같은데, 번역본은 '쎌린느'란 저자명과 함께 <밤 끝으로의 여행>(동문선, 2004)으로 나왔었다. 너무 비싼 가격이 매겨져 있어서 구입은 보류한 듯한데, 이번에 다시 찾으니 절판된 상태라 중고로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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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보다 먼저 나온 번역본도 있었다. 원로 불문학자 민희식 교수의 번역으로 나온 <밤의 끝까지 여행을>(명문당, 1993)이 그것인데, 제목과 표지가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고대했던 작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입하지 않았다(고 기억한다). 다시 생각해보니 <밤 끝으로의 여행>은 울며 겨자 먹기로 구입한 것 같기도 한데, 알라딘에는 기록이 없어서 신뢰할 수 없는 기억이다. 그리고 영어본 <밤 끝으로의 여행>도 이번에는 구입했다. '여행' 준비가 완료된 셈이라고 할까. 그럼 이번에 나온 <제멜바이스/ Y교수와의 인터뷰>는 어떤 책인가.
이 책은 작가이기 이전에 의학도였던 셀린의 의학 박사 학위논문이면서 일종의 소설로 읽히는, 즉 작가 셀린의 씨앗을 엿볼 수 있는 <제멜바이스>와 셀린 전작의 전환점이라 할 소설 <Y 교수와의 인터뷰>를 함께 묶어 루이페르디낭 셀린의 방대한 작품 세계를 미리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뒤이은 부록 「기갑부대 데투슈 병사의 수첩」은 열여덟 살 젋은 시절 병사로서 전쟁을 마주했던 셀린의 내면을 보여주고, 연이어 실린 「졸라에게 바치는 헌사」는 <Y 교수와의 인터뷰>와 더불어 중후기 작품들의 면모를 감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즉 '셀린의 방대한 작품 세계를 미리 조망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게 의의다. 맛보기인 셈. 동시에 예고편이기도 한데, 출판사의 기획은 이렇다고 한다.
워크룸 프레스에서는 이번 셀린 작품 출간을 시작으로 셀린의 초기 대표작인<밤 끝으로의 여행>과 <외상 죽음>, 후기 대표작이자 독일 3부작으로 알려진 <성에서 성으로>, <북쪽>, <리고동>을 선집으로 구성해 2018년부터 루이페르디낭 셀린 연구자 김예령의 번역으로 펴낼 예정이다.
그러니까 얼추 다섯 편으로 구성되는 셀린 컬렉션이 출간된다는 것이다. 반가운 소식이긴 한데, 2018년이면 예고라고 하기에도 멋쩍다(내년이라면 모를까). 게다가 <밤 끝으로의 여행>과 <외상 죽음>은 절판됐다 하더라도 이미 번역된 책이니 입수가 불가능하지 않다. 1961년에 세상을 떠났기에 저작권이 풀린 작가이기도 해서 다른 곳에서도 번역본이 나올 가능성도 있고. 가령 이형식 교수의 동문선판이 다른 곳에서 다시 나올 수도 있는 것. 해서 '여행'은 나대로 그냥 떠날 참이다. 다만 절판본을 강의에서 다룰 수는 없기에, 강의에서 다루는 건 2018년에나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때까지는 밤의 끝에 닿아 있겠지...
16. 0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