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책'을 고른다. 어느덧 2015년도 열흘을 남겨놓고 있어서 다음주에 한 차례 더 '이주의 책'을 고르면('이주의 책'이 아니라 '올해의 책'을 골라야 할지도 모르겠다) 달력을 바꾸게 된다('병신년'이라지?!). 인문분야의 책들로 골랐는데, 타이틀북은 전문번역가이자 출판기획자로 활동하는 윤영삼의 <갈등하는 번역>(글항아리, 2015)이다.
저자는 40여 권을 번역했다고 하는데, 내가 읽은 것도 몇 권 있다. 인문서 독자들은 다니엘 에버렛의 <잠들면 안돼, 거기 뱀이 있어>(꾸리에, 2009)를 기억하지 않을까 싶다. '실용의 재발견' 시리즈로 나온 이번 책의 부제는 '번역 실무에서 번역 이론까지 번역가들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이다.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는 동시에 출판기획, 저술, 편집, 강의 등 번역과 관련된 여러 활동을 해온 저자가 쓴 '번역' 행위에 대한 책이다. 입력된 원문이 번역문이 되어 나올 때까지 번역가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 번역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 전문 번역가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번역학과 언어학 지식들 등 번역가의 블랙박스라 할 수 있는 정보들을 담고 있다.
전문번역가의 번역론으로는 이희재의 <번역의 탄생>(교양인, 2009)도 떠올리게 한다. 예전보다 번역에 대한 관심도 깊어진 만큼 이런 책이 더 많이 나왔으면 싶다.
두번째 책은 한문학자 강명관 교수의 <조선에 온 서양 물건들>(휴머니스트, 2015)이다. '안경, 망원경, 자명종으로 살펴보는 조선의 서양문물 수용사'가 부제인데, 좀더 구체적으로는 조선 후기에 청나라에서 들어온 다섯 가지 서양 물건(안경, 망원경, 유리거울, 자명종, 양금)의 역사를 다룬다.
세번째는 아사미 마사카즈와 안정원의 <한국 기독교, 어떻게 국가적 종교가 되었는가>(책과함께, 2015)다. "한국 기독교의 역사와 현재의 모습을 일본의 기독교사 연구자 두 명이 자세하게 담아낸 책"이다. "일본 대중들을 대상으로 쓴 한국 기독교 관련 개설서이지만,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한국 기독교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창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소개다. 외부의 시선을 통해서 한국 기독교의 모습을 좀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겠다.
네번째 책은 피터 스턴스의 <세계사 공부의 기초>(삼천리, 2015)다. "조지메이슨대학 역사학과 교수 피터 스턴스의 책. 피터 스턴스 교수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세계시민의 기초 체력이 올바른 세계사 공부에서 나온다고 역설한다. <세계사 공부의 기초>는 온갖 역사적 사실을 암기하는 것보다 '역사가처럼 생각하기'를 통해 사실(fact)을 비판적으로 인식하는 힘을 기르라고 제안한다." 세계사란 무엇이고, 어떻게 가능할까 궁금해하던 독자들에겐 실마리가 돼줄 만하다.
끝으로 다섯번째 책은 한국철학을 전공하고 현재는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허훈의 <한눈에 보는 세계철학사>(양철북, 2015)다. "한 권으로 섭렵하는 동.서양철학사. 3천 년에 걸친 철학적 물음들의 연쇄를 밝히고, 각 철학의 시대적 배경에서 핵심까지, 친절하고 간명하게 설명하고 있다." 철학 첫걸음 책으로는 안광복의 <처음 읽는 서양철학사>(웅진지식하우스, 2007)와 견줘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