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에 관한 책 두 권을 같이 묶는다. 개정판이라는 게 공통점인데, 조르주 바타유의 <종교이론>(문예출판사, 2015)과 이태하의 <종교의 미래>(아카넷, 2015)가 그 두 권이다. 바타유의 책은 <어떻게 인간적 상황에서 벗어날 것인가>(문예출판사, 1999)로 번역되었다가 원래의 제목을 되찾았고, 이태하 교수의 책은 불과 몇 달만에 표지갈이를 하고서 다시 나왔다. 분량도 약간 늘어났다.

 

 

<종교이론>의 부제는 '인간과 종교, 제사, 축제, 전쟁에 대한 성찰'이다. 인류학 책으로 읽어도 무방한데, 문제는 분량 대비 난이도이다. 150쪽밖에 되지 않지만, 바타유의 책 가운데 가장 난해한 축에 속한다. 이미 이전 번역본에 대해서 지적한 바 있지만 그런 난해함을 가중시키는 것이 엎친데 덮친 격의 번역이었다. 얼마나 손을 보아 개정판이 나온 것인지는 확인해볼 일이지만, 좀 염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제대로 번역되었다면 우리는 바타유 특유의 인류학적 성찰과 만날 수 있다.

바타유의 화두는 '어떻게 인간적 상황을 벗어나는가?'이다. 바타유는 인간도 동물성, 사물 또는 도구의 입장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한다. 도구는 그 자체로는 아무런 가치가 없으며, 목표와 관계할 때만 가치를 갖는다. 우리는 여기서 언어의 가장 두드러진, 가장 심각한 탈선을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도구를 사용해서 어떤 것을 생산하지만, 그 생산물은 다시 다른 어떤 것에 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고리는 계속 이어진다. 바타유는 수단을 벗어나기 위한 인간의 몸부림을 전쟁, 종교, 제사, 축제에서 찾고 있다.

 

<종교의 미래>도 얇은 책이다(하비 콕스의 책도 같은 제목으로 번역된 바 있다). 분량이 늘어난 개정판도 230쪽에 불과하다. '반종교와 무신론을 넘어서'가 부제. "저자는 우리 시대의 종교를 이해하기 위해서 종교를 옹호하는 무신론과 종교를 거부하는 유신론 모두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런 맥락에서 제시된 종교 없는 신, 신 없는 종교, 종교 없는 종교, 이 세 용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이 책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서 역할을 한다."

 

 

얼마간 관심을 갖고 읽어봄직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더 관심을 갖는 건 저자가 번역한 흄의 책들이다. <기적에 관하여>(책세상, 2003) 이후 <종교의 자연사>(아카넷, 2004)와 <자연종교에 관한 대화>(나남, 2008) 등이 더 번역되었는데, <기적에 관하여>를 제외하면 모두 절판된 상태다. 흄의 종교론에 흥미가 생겨서 찾았을 때 이미 구하기가 어려운 상태였으니 벌써 수년 전이다. 생각난 김에 다시 나오기를 기대한다...

 

15. 12.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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