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문학이론서가 한권 출간되었다. '세계의 소설론과 미학의 쟁점들'이란 부제를 단 <다시 소설이론을 읽는다>(창비, 2015)다. 계간 <창작과비평>예 연속기획으로 실렸던 글들을 모은 것이다.
다뤄진 이론가는 루카치와 사르트르(싸르트르), 바흐친(바흐찐), 로트만(로뜨만), 들뢰즈, 랑시에르, 리비스, 마이클 벨 등 8명이다. 루카치와 사르트르는 이런 류의 책의 단골 명사들이고, 바흐친도 소설이론사에 혁신을 가져온 만큼 당연히 기대되는 이름이다. 하지만 로트만과 들뢰즈, 랑시에르는 일종의 '뉴페이스'. 20세기 영국비평의 간판인 리비스는 '올드 멤버'이지만, 역시나 소설이론서에 등장하는 건 처음이지 않은가 싶다(적어도 국내에 출간된 책에서는).
한데 바흐친의 소설론을 묶은 <장편소설과 민중언어>(창비, 1998)은 절판된 지 오래이고, 여러 제목으로 나왔던 대표작 <도스토에프스키 시학>도 절판되거나 품절된 이후로 소식이 없다. 빈곤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로트만에 대해선 필자이자 전공자인 김수환 교수의 책과 번역서를 여럿 참고할 수 있다. 하지만 문화기호학자인 로트만이 소설이론에 독자적으로 기여한 바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로트만이 특장을 보였던 것은 예술텍스트, 특히 시텍스트의 구조분석이었다.
'들뢰즈와 문학'을 다룬 책이 여럿 되지만, 들뢰즈의 경우에도 소설론에 어떤 영감을 주었는지는 따져볼 문제. <다시 소설이론을 읽는다>에서 들뢰즈론의 제목은 '들뢰즈의 강렬도 미학과 장편소설론'으로 되어 있다.
랑시에르의 경우는 <문학의 정치>가 주로 참조되고 있는데, 그의 <감성의 분할>이 시의 정치성과 관련하여 논쟁거리를 제공했던 것과 견주어볼 만하다. 리비스가 포함된 건 그의 주저 <영국소설의 위대한 전통>(나남, 2007)이 번역된 것이 계기라고 봐야겠다. 역자인 김영희 교수가 리비스의 소설론을 정리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을 갖는 건 마이클 벨이라는 '뉴 페이스'이다. 1941년생의 학자로 영미학계의 새로운 목소리를 대변하는데, 유감스럽게도 국내에는 아직 소개된 책이 없다. 대표적 소설 이론가의 한 명으로 꼽을 수 있다면 마땅히 번역됨직하다. 그가 편집한 케임브리지 컴패니언 시리즈의 <유럽 소설가들>은 바로 주문했다.
여하튼 <다시 소설이론을 읽는다>를 20세기 소설론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주는 책의 하나로 읽어봄직하다...
15. 12.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