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불문학자, 종교학자, 사회학자 3인이다. 먼저 불문학자이자 번역가 김화영 교수가 '역자 후기'만을 모아서 <김화영의 번역수첩>(문학동네, 2015)으로 출간했다. 대략 1969년 르 클레지오의 산문 <침묵> 이래 약 46년간 100권이 넘는 책을 번역해왔다고 저자는 회고한다. 알베르 카뮈 전집 번역자로 업적이 가장 크겠지만, 한국어 번역을 통해서 저자가 처음 우리에게 소개한 작가들이 적지 않다.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 김화영이 1974년부터 2014년까지 평생에 걸쳐 매진한 프랑스 문학과 문화에 대한 번역서들의 역자 후기를 집대성한 책이다. 김화영은 누가 시켜서 하는 번역, 의뢰받은 번역은 절대로 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읽고 간절한 마음이 들었던 책들만을 우리말로 풀어냈다. 그가 발견한 작가만 해도 파트릭 모디아노, 미셸 투르니에, 크리스토프 바타유, 르 클레지요, 자크 프레베르, 가브리엘 루아, 로맹 가리, 로제 그르니에, 에마뉘엘 로블레스, 파스칼 자르댕, 알랭 레몽, 실비 제르맹 등이 나열된다.

가장 최근에 나온 것으로는 <이방인>(책세상, 2015) 개정판을 들 수 있겠다(실제 어느 정도 손질을 본 것인지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새움판의 번역시비 이후에 나온 판본이기에 비로소 김화영판의 결정본으로 내지 않았을까 싶다). <앙드레 말로 평전>(김영사, 2015)도 재간된 번역본.

 

 

개인적으로는 프랑스 문학도나 애독자들에게 미셸 레몽의 <프랑스 현대시사>나 <프랑스 현대소설사>(현대문학, 2007)를 소개한 공로도 크다고 생각된다. 절판됐지만 <프랑스문학 산책>(세계사, 1989)이 내가 처음 읽은 김화영 교수의 책들 가운데 하나인데, 압축하면 내게는 <산책>부터 <수첩>까지 불문학자 김화영의 세계다.

 

 

고전문헌학자이자 종교학자 배철현 교수가 묵직한 물음을 다룬 책 두 권을 같이 펴냈다. <인간의 위대한 질문>과 <신의 위대한 질문>(21세기북스, 2015)이다. 이전에 저자는 카렌 암스트롱의 <성서 이펙트>(세종서적, 2013)과 브루스 로런스의 <꾸란 이펙트>(세종서적, 2013)을 옮긴 바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읽을 수 있겠다. 가령 <인간의 위대한 질문>은 이런 질문들을 다룬다.

지난 2,000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예수는 누구인가? 또 21세기 한국 사회에서의 예수는 어떤 의미인가? 우리는 서양 사람들이 그들만의 실존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놓은 교리와 도그마를 통해 예수를 보고 있지는 않은가?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배철현 교수는 그 교리와 도그마를 과감히 버리고, 21세기 현대인에게 예수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 주에 나란히 나온 바트 어만의 <예수는 어떻게 신이 되었나>(갈라파고스, 2015)와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끝으로 지그문트 바우만. 우리시대의 가장 중요한 사회학자의 한 명이면서 동시에 다작의 학자답게 국내에 소개되는 책도 끊임이 없다. 최근에 와서는 대담 형식의 책이 많은데, 이번에 나온 건 레오니드 돈스키스와의 대담집 <도덕적 불감증>(책읽는수요일, 2015)이다. 번역본 부제는 '유동적 세계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너무나도 소중한 감수성에 관하여'라고 다소 길게 붙었다.

바우만과 돈스키스는 우리 사회에 독특한 종류의 도덕적 불감증을 분석하기 위해 '아디아포라'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아디아포라는 이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즉 일종의 도덕적 마비 상태를 함축한다. 바로 이것이 우리의 활동, 언어, 생각 없이 그저 안전하게 모방하면서 말하거나 행한 모든 것이며, 모두 우리가 성찰하지 않은, 그러나 잠자코 동의한 악들이라며, 윤리적 거울의 원리를 담아 우리의 현실을 가차 없이 비추고 있다.

사회학적 성찰을 연말 독서에 보탠다면 <도덕적 불감증>을 최적의 후보로 꼽을 만하다...

 

15. 1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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