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에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른다. 언제고 오고야 마는 것이지만, 올해도 마지막 한 달을 남겨놓고 있다. 아니, 이제 25일 가량을 남겨놓고 있다. 한 해의 독서를 정리도 해야 하지만, 더불어 이달의 책들도 읽어야 한다. 이렇게저렇게 분주할 수밖에 없다는 걸 고려하면 양은 평소보다 줄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1. 문학예술 

 

이달에는 한국 소설들만 골랐다. 어느덧 '대세 작가'의 이미지를 갖게 된 장강명의 신작 <댓글부대>(은행나무, 2015)를 비롯해 '올해의 신인' 김엄지의 <주말, 출근, 산책: 어두움과 비>(민음사, 2015), 그리고 김숨의 장편소설 <바느질하는 여자>(문학과지성사, 2015)다. 올초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최신작.

 

 

예술 분야는 일본의 미술사가 이케가미 히데히로의 책들과 함께해도 좋겠다. 한꺼번에 세 권이 출간돼서다. <잔혹 미술사>(현암사, 2015), <관능미술사>(현암사, 2015), <눈으로 보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인서트, 2015) 등이다. 일본 저자의 미술이야기로는 나카노 교코의 책이 국내에 독자층을 갖고 있는데, 이케가미의 경우는 어떨지 궁금하다.

 

 

2. 인문학

 

역사 분야의 읽을 거리가 풍성한데, 시의성 있는 책으로는 린다 심콕스와 애리 월셔트가 엮은 <세계의 역사교육 논쟁>(푸른역사, 2015)이 있다. "역사 교육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갈등과 논쟁, 저자 나름의 교육론과 해결책이 담긴 책"이다. '19세기의 동아시아' 시리즈의 첫 권으로 나온 <동아시아는 몇 시인가?>(너머북스, 2015)는 "동아시아 세계를 이해하는 기준이 되었던 서구 중심적, 근대 중심적 인식을 넘어선 새로운 동아시아 역사상의 구축을 모토로 한 책"이다. 미야지마 히로시와 배항섭 교수가 엮었다. 하라 아키라의 <청일. 러일전쟁 어떻게 볼 것인가>(살림, 2015)는 관심을 갖던 주제여서 반갑다.

 

 

철학 쪽은 좀 묵직한 책들이다. 찰스 H. 칸의 <플라톤과 소크라테스적 대화>(세창출판사, 2015), 아비탈 로넬의 <어리석음>(문학동네, 2015), 토마스 렘케의 <생명정치란 무엇인가>(그린비, 2015) 등이다. <생명정치란 무엇인가>는 독일의 사회학자이자 푸코 연구자가 쓴 '생명정치' 입문서이다.

 

 

3. 사회과학

 

사회학자 정수복의 신작 <응답하는 사회학>(문학과지성사, 2015)부터가 읽을 거리다. "대학이나 조직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 연구자로서 대학 사회와 비판적 거리를 유지해온 저자는, 우리 학계의 풍토를 강하게 비판하며 사회적 사실을 마치 사물처럼 다루며 세계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에 집중하는 과학으로서의 사회학 대신 잃어버린 인간적 차원을 다시 불러들이는 인문학적 사회학, 인문학과 문학.예술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말 건네고 응답하는 사회학을 요청한다."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과 사회학자 엄기호의 대담집 <공부 중독>(위고, 2015)도 읽을 거리. '공부만이 답이라고 믿는 이들에게'가 부제다. "강의실과 진료실, 각자 다른 현장에서 청소년들을 만나온 저자들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들에 대한 걱정과 이들이 살아가고 있는 지금 사회의 심각성을 공유하고 있었다. 공부에 중독된 아이들, 공부 중독 사회라는 현상이 그것이었다. 공부라는 블랙홀이 개인의 인생을 넘어서 학교와 사회를 강력한 힘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어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된 대담을 엮었다."
    

번역서 가운데서는 제니퍼 토스의 <두더지 인간들>(메멘토, 2015)를 고른다. "이 책의 저자 제니퍼 토스는 1990년대 초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서 일하는 동안 뉴욕의 지하 세계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터널 노숙자들을 취재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1993년에 출간한 <두더지 인간들(The Mole People)>은 노숙자를 짐승에 비유하는 악의에 찬 소문의 근원을 밝히고, 노숙자들의 관점에서 터널을 바라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지하 세계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기록이다."

 

 

4. 과학

 

과학 쪽은 생물학 분야에서 골랐다. 로빈 던바의 <멸종하거나, 진화하거나>(반니, 2015)는 <발칙한 진화론>(21세기북스, 2011)으로 소개된 저자의 신작이다. 롭 브룩스의 <매일매일의 진화생물학>(바다출판사, 2015)은 원제가 <섹스, 유전자, 그리고 로큰롤>. "진화는 항상 우리 곁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따뜻하고 읽기 쉬운 정통과학서"란 소개다. 최재천 교수가 공역했다. 데이비드 로텐버그의 <자연의 예술가들>(궁리, 2015)은 '설치예술가 정자새부터 나비 날개의 패턴까지, 자연에서 예술과 과학을 배우다'란 부제로 내용을 어림할 수 있다.

 

 

5. 책읽기/글쓰기

 

이 분야도 풍족하다. 먼저 금정연의 <난폭한 독서>(마음산책, 2015). "서평가 금정연이 자신을 살린 열 명의 작가와 그 위대한 소설들에 바치는 재기발랄한 서평집이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프레시안북스>에 '요설'이란 제목으로 연재된 칼럼을 전면 개고를 거쳐 책으로 엮었다." 과학서평집으로는 과학전공자 4인이 공저한 <판타스틱 과학책장>(북바이북, 2015)이 강추할 수 있는 책. "과학책을 읽고 싶지만,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할지 몰라 망설였던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 오랫동안 과학책을 읽고, 쓰고, 번역해온 네 명의 저자들이 다져진 내공으로 과학책들을 선별해 소개했다." 글쓰기 책으로는 이권우의 <책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한겨레출판, 2015)가 출발점이 될 만한 책. "저자 이권우가 책을 읽고 소개하는 글을 쓰며, 대학 및 여러 교육기관에서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얻은 깨달음과 노하우를 섬세하게 정리한 실용적인 지침서다."

 

15. 12. 05.

 

 

P.S. 올해의 마지막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1890)을 고른다. "아일랜드가 낳은 위대한 작가이자 시인, 비평가 오스카 와일드의 대표작. 초상화를 통해 자신의 인생과 영혼을 실험하는 청년을 묘사한 작품으로,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냉소적이고 풍자적인 어투로 삶과 예술, 욕망과 도덕성의 실체를 파헤친다." 2009년에 만들어진 영화(<도리안 그레이>로 개봉)로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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