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를 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의 일정에 맞춰, 프랑스 책과 한국 책을 사이좋게 묶었다. 프랑스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팽송 부부의 <부자들의 폭력>(미메시스, 2015)과 한국사회의 불평등을 주제로 다룬 장하성 교수의 <왜 분노해야 하는가>(헤이북스, 2015)다.

 

 

팽송 부부의 책은 <부자들의 대통령>(프리뷰, 2012)을 필두로 어린이용을 포함해 몇 권이 번역됐고, <부자들의 폭력>은 네번째로 소개되는 책이다. '불어판은 2013년에 나왔으며 '거대한 사회적 분열의 연대기'가 부제. 어떤 내용인가.

불평등이 극도로 커진 지난 20~30년간, 프랑스의 저명한 사회학자 부부인 미셸 팽송과 모니크 팽송-샤를로는 불평등에서 부를 취하는 부자들의 행태, 그리고 서민들에게 자행하는 부자들의 폭력을 철저하게 파내어 왔다. 이 폭력은 어떤 이들의 가난과 다른 이들의 부로 표현되는 것을 말한다. 이 폭력은 노동을 창출한 사람들을 대량 해고하고 거기서 얻는 수백 만 유로의 배당금과 쥐꼬리보다 못한 최저임금 인상도 동시에 허용한다. 현재 진행 중인 사회적 전쟁의 연대기를 통해, 두 사회학자는 구체적인 사례, 장소와 사실의 기술, 그리고 위로부터 행해지는 이 음험한 폭력의 메커니즘 분석에 근거해 진정한 파괴자들의 맨얼굴을 살펴본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프랑스의 사례가 프랑스만의 사례는 아니다. 이 프랑스산 '거울'을 통해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아야 하는 이유다.

 

 

아니, 그렇게 우리 자신을 들여다본 책이 <왜 분노해야 하는가>이겠다. 저자가 작년에 펴낸 <한국 자본주의>(헤이북스, 2014)의 속편으로 '분배의 실패가 만든 한국의 불평등'이란 부제에 저자의 문제의식이 집약돼 있다.

경제학자이자 실천 운동가인 저자는 국내외의 방대한 문헌과 통계 자료들을 수집하고, 분석하고, 연구하여 한국에서는 아직 재산 불평등보다는 소득 불평등이 불평등의 주원인임을 밝혀냈다. 더불어 소득 불평등은 임금과 고용의 불평등 때문이며 이는 기업의 원천적 분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도 규명했다. 혁명이 일어나지 않고서는 불평등이 해소될 것 같지 않은 현실에서 저자는 그 해법을 기성세대에서 찾기보다는 미래 주역인 청년세대에게 제시한다. 미국과 유럽처럼 교정할 수 없는 재산 불평등의 문제가 아닌 얼마든지 정책과 제도로 교정할 수 있는 소득 불평등의 문제임을 밝혀낸 빼어난 연구 결과이며, 불평등의 교정 역할이 청년세대에게 있고 현실 가능함을 주창한다.

올해 나온 책으로는 한국사회의 다양한 불평등을 조명한 <불평등 한국, 복지국가를 꿈꾸다>(후마니타스, 2015)와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기대할 수 없는 일이지만, 파리에 가 계신 분이...

 

15.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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