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발생한 파리 테러 사건과 관련한 기사 가운데, 눈길을 끈 한 대목.

생존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테러 당시 상황도 전해지고 있다. 관객에게 종교와 국적을 물어보고 살해 대상으로 골라 한 명씩 15초 간격으로 총격을 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칠레 국적인 다비드 프리츠 괴팅거(23)는 "괴한이 들이닥쳤을 때 화장실에 다녀왔다"며 "공연장에 돌아왔을 때 괴한 중 한 명이 나에게 총을 겨누고 신을 믿는지, 프랑스 사람인지를 물었다"고 전했다. 괴팅거가 신을 믿으며, 칠레인이라고 대답하자 테러범은 그를 살려줬다.(세계일보)

반대로 신을 믿지 않는다거나 프랑스인이었다면 여지없이 사살되었을 거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테러 역시 신의 이름으로 이루어졌으니 신에 대한 믿음은 양가적이다.

 

 

그래서 한번 더 떠올리게 된 책이 카렌 암스트롱의 <신의 역사1,2>(동연, 1999)다. 지난주에 책을 검색하다가 절판되고 없기에 전자책으로 구입한 책이다. 암스트롱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데, 절판된 지 오래도록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이 특이하게 여겨진다. 오랜만에 '사라진 책들' 카테고리에 올린 이유다. 물론 '신의 역사'라고는 하지만 좀더 정확하게는 '인간이 믿어온 신의 역사'다.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개념의 하나는 신이다. 그 신의 개념을 통해 인간의 상상력은 끊임없이 자극 받았고 확장됐다. 유대교·기독교·이슬람의 역사를 통해본 신 관념의 변천사. 신 자체의 역사가 아니라 인간이 믿어온 신의 역사다. 성서의 인물에서부터 무하마드와 그의 제자들, 유태교 랍비, 초기 기독교 교부, 아퀴나스를 포함한 중세 신학자 등이 분석대상에 오른다.  

아무려나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게 신이란 존재이니, 신의 역사에 대해서 좀 알아둘 필요가 있겠다.

 

 

<신의 역사>는 지난주에 원서를 주문해놓은 터라 도착하는 대로 읽어볼 참이다. 같이 읽을 만한 책을 더 꼽자면 카렌 암스트롱의 <신을 위한 변론>(웅진지식하우스, 2010), 김용규의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휴머니스트, 2010), 그리고 최근에 나온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신을 찾아서>(부키, 2015) 등. '배신 시리즈'의 저자가 쓴 <신을 찾아서>는 '어느 무신론자의 진리를 향한 여정'이 부제다. 회고록으로도 읽을 수 있는 책.

어느 무신론자의 진리를 향한 여정. <긍정의 배신>을 쓴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무신론자이자 과학자로서 자신이 만난 '신'과 진리를 규명하고자 한 끈질긴 탐색의 기록이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회고록이기도 하다. 유방암에 걸려 죽음을 준비하던 저자는 수십 년 동안 묻어 두었던 옛 일기를 읽다, 해결하지 못한 자신의 과제를 끝내기로 마음먹는다. 책과 토론을 좋아했지만 아동 학대에 가까울 만큼 자신을 몰아세웠던 부모, 잦은 이사와 전학으로 인한 외로움, 문학, 철학, 과학, 수학 등에 대한 관심, 사춘기에 겪은 해리 현상과 일종의 신비체험, 그로 인한 정신적 붕괴, 과학자에서 사회운동가로의 변신 등 일생에 걸친 탐색의 여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최근에 세상을 떠난 르네 지라르의 책들도 개인적으로는 다시 뒤적여보게 된다.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떨어지는 것을 본다>(문학과지성사, 2004), <그를 통해 스캔들이 왔다>(문학과지성사, 2007), <희생양>(민음사, 2007) 등을 다시 정색하고 정독해볼 참이다...

 

15.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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