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철학자 휴버트 드레이퍼스의 <인터넷의 철학>(필로소픽, 2015)이 재번역돼 나왔다. 원저 2판의 번역이다. 당초 초판은 <인터넷상에서>(동문선, 2003)란 제목으로 번역돼 나왔었다(원제는 <인터넷에 대하여>). 저자명이 '하버트 드레퓌스'라고 표기되었다. <인터넷 철학>(동문선, 2003)이란 제목의 책도 있는데, 고든 그레이엄이 저자다. 번역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게 치명적. 

 

현상학과 인공지능 분야의 거장 드레이퍼스 교수의 인터넷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성찰. 플라톤에서 니체, 데카르트에서 하이데거까지 다양한 노선의 사상가들을 끌어들여, 인터넷이 대중 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인간에게 새로운 차원의 공동체를 열어줄 수 있는가와 같은 문제를 탈신체화에 관한 현상학적 관점으로 논의한다.

 

드레이퍼스는 숀 도런스 켈리와의 공저 <모든 것은 빛난다>(사월의책, 2013)를 통해서 국내 인문 독자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는데, 사실은 폴 라비노우와의 공저 <미셸 푸코: 구조주의와 해석학을 넘어서>(나남, 1989)로 학계에 이름을 알린 철학자다. 80년대에 영어로 나온 푸코 연구서들 가운데 평판이 가장 좋은 책이었다. 그리고 하이데거 철학의 권위자로도 유명한데 일찍부터 인공지능과 인터넷 등의 주제에도 관심을 두어왔다. 몇 권 더 소개돼도 좋을 만한 저자라고 생각한다.

 

 

인터넷 철학에 견줄 만한 심리학 책은 없을까 찾아봤는데, 패트리샤 월리스의 <인터넷 심리학>(에코리브르, 2001)이 눈에 띈다. 지금은 절판된 책인데, 너무 일찍 나왔던 게 아닌가도 싶다(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의 번역이다).

<인터넷 심리학>은 현실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인간 행동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지은이는 사이버 공간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고, 이러한 행동이 왜 일어나며 또 이 공간에서 사람들은 어떠한 삶을 만들어나가는지, 그 행동과 심리의 패턴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나간다.

아닌 게 아니라, 원저는 올해 2판이 출간되었다. 여전히 유효한 책이라는 뜻도 되겠다. 번역본도 개정판으로 다시 나오면 좋겠다. 국내서로는 이민영 박사의 <인터넷 심리학>(커뮤니케이션북스, 2015)이란 얇은 책이 나와 있다...

 

15.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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