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인문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놓칠 수 없는 책 두 권이 출간됐다. 사사키 아타루의 <야전과 영원>(자음과모음, 2015)과 아비탈 로넬의 <어리석음>(문학동네, 2015)이다. 둘다 출간이 예고되었던 책들이라 놀랍진 않지만 반가움마저 지울 수는 없다.

 

 

<야전과 영원>은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자음과모음, 2012)을 통해서 인문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은 사사키 아타루의 대표작. 부제가 '푸코.라캉.르장드르'인데, 부제대로 세 사람에 대한 저자의 독해를 제공한다. 셋을 따로 읽는 게 아니라 겹쳐 읽고 가로질러서 읽는 것이 사사키 아타루의 전략. 국내에서는 아주 생소한 피에르 르장드르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책으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의 저자 사사키 아타루의 대표작. 한 인간이 태어나고 살아가는 가운데 어떻게 사회 안에서 주체가 되어가는지를 미셸 푸코, 자크 라캉, 피에르 르장드르를 가로지르며 분석해나간다. 저자는 통일된 시점이나 필연성, 전체성을 보장하는 것은 절대로 존재하지 않음을 '야전과 영원'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야기하며, 오늘날 독자들에게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텍스트와 거리를 둔 해석의 실천과 현실과의 상호작용임을 제안한다.

만만찮은 분량의 책이지만 올해의 독서거리로 충분히 주목을 끌 만하다. 

 

 

<어리석음>은 데리다의 계보를 잇는 대표적 철학자 아비탈 로넬의 대표작.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이름마저 처음은 아니다. 애스트라 테일러의 다큐 <볼온한 산책자>(이후, 2012)에 등장한 바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애스트라 테일러의 다큐영화 <지젝!>(2006)에서도 지젝이 이름을 언급하고 있어서 일찌감치 로넬의 책 몇 권을 구한 적이 있다. <어리석음>도 그 가운데 하나이긴 한데, 나의 책관리의 어리석음 때문에 당장은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여하튼 번역서의 출간은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파격과 유희의 사상가 아비탈 로넬의 대표작이다. 얼핏 보기엔 어리석음을 논한 서양의 다양한 저작을 새롭게 읽는 형식이지만 어떤 연대기적 순서를 따르거나 일정한 주제에 따라 묶여 있지는 않다. 여기에 핀천, 도스토옙스키, 워즈워스의 작품들에 대한 비판적 읽기가 더해지고, 칸트, 키르케고르, 워즈워스에 대한 명상은 위성이라는 명칭 아래 별도의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로넬은 서양철학이 이 거대한 공백으로서의 어리석음을 어떻게 억압하고 왜곡했는지를 치밀하게 추적한다. 어리석음에 관한 철학적 사유의 어리석음을 깨닫는 일이야말로 어리석음의 사유로 가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로넬은 서양철학이 전제하는 진리 관념의 허구성을 비판한 니체와 그의 사유를 이어받아 해체의 사유를 실천한 데리다를 계승한다.

밀린 일거리로 다시 정신없는 연말이 될 듯싶지만, 마음으론 '야전과 영원, 그리고 어리석음'과 함께 한해를 마무리해도 좋겠다 싶다...

 

15.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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