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한국사와 정치,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책들의 국내외 저자 3인이다. 먼저, 사회학자 김동춘 교수의 한국현대사 재조명, <대한민국은 왜?>(사계절, 2015)가 나왔다. <전쟁정치>(길, 2013)와 <이것은 기억과의 전쟁이다>(사계절, 2013)을 잇고 있는 저작이다. 저자의 질문을 보충하자면 '대한민국은 왜 이 모양인가?'에 대한 탐색이라고 해도 좋겠다(현재의 어이 없는 정국을 기준으로 하자면 그렇다).
저자는 한국의 현실을 세 개의 틀로 분석하고, 그 준거 틀 위에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대한민국을 주도해온 친일-친미-반공-성장 세력의 본질을 밝힌다. 첫째는 한국 근현대사의 기본 과제다. 개화.독립.민권 국가 수립이 좌절되면서 친일파의 주도로 근대화가 시작됐고, 해방 후 이들은 통일을 포기하는 대가로 친미로 옷을 갈아입고 자리를 지켰다. 둘째는 대한민국의 국가 이념이다. 특히 1950년 10월 황해도에서 벌어진 신천학살을 겪으면서 남한은 월남자들이 만든 나라, 기독교 반공주의가 국교인 나라가 됐다. 마지막은 한국 근대의 성격이다. 한국의 근대는 외세와 분단의 압박 속에서 진행되었고, 그 결과 경제는 성장했지만 이상과 희망은 제거된 반쪽 국가가 됐다.
신영복 교수의 추천사는 이렇다.
70세는 참회록을 쓰는 나이다. 해방 70년을 맞은 우리나라의 현재가 바로 그러한 때이다. 한 국가의 참회록은 과거에 대한 참회이면서 동시에 그 참회를 딛고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결의이기도 하다. 이 책은 참회와 결의에 가슴 열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의 필독서다.
유감스럽게도 정작 참회해야 할 사람들은 철저하게 외면할 책이라는 게 문제다. 불통 정부를 포함하여.
두번째는 정치 논객 이철희 소장. <이철희의 정치 썰전>(인물과사상사, 2015)이 출간되었다. '보수와 진보를 향한 촌철살인 돌직구'가 부제.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이철희는 날카로운 통찰과 설득력 있는 논리와 냉철한 사고로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비판을 해왔다. 어느새 민주화된 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보수는 꼴통보수가 진보는 깡통진보가 주류다. 보수는 보수라는 이름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노선과 행태를 고집하고 있다. 진보는 무능하고 게으르고 실력도 없으면서 싸가지도 없다. 실력은 없고 진영만 남은 진보는 최악이다. 그래서 새누리당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한다고 말한다. 좋은 정당 없이 좋은 후보가 나올 수는 없다. 설사 나오더라도 이길 수 없다. 설사 이기더라도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강준만, 조국 교수부터 방송인 김미화, 김구라, 이준석 전 새누리당 혁신위원장까지 추천사를 얹고 있는데 이채롭다. 그 가운데 조국 교수의 추천사는 이렇다.
이번 책에서 저자는 탄탄한 이론적 기초 위에 서서 한국 정치의 구조와 동학이 가진 문제점을 예리하게 분석한다. 특히 패배를 자초하는 야당의 무능과 관성에 대한 지적은 적확하다. 시대적 과제인 민생복지 강화는 그것을 추구하는 정치 없이는 불가능하다. ‘비(非)자유 민주주의’로 퇴행하는 것에 분노하는 분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한 분들, 반대를 넘어 승리를 열망하는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
전작들 때문에 주목해온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신간도 주목할 만하다. <우리만 모르는 민주주의>(이책, 2015). 예일대 교수를 거쳐서 현재는 런던정치경제대학 교수로 재직중인데, 그의 또다른 면모는 '월가 점령운동의 지도자이자 아나키스트 운동가'라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다. <가치이론에 대한 인류학적 접근>(그린비, 2012) 등의 저작에서 그는 이미 아나키즘의 인류학적 바탕을 탐색하기도 했다.
월가 점거운동의 지도자 데이비드 그레이버 교수의 진짜 민주주의 프로젝트. 가장 강력한 정치 이념이 되어버린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관한 대담하고 새로운 생각을 담아낸다. 지금의 민주주의에 나타나는 부와 권력의 집중, 대중이 부채노동자가 되어가는 현실은 세계 경제 공황의 주체인 1%의 정치와 금융계의 결탁에 기반을 둔 경제체제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의 현장감 넘치는 이야기들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민주주의의 역사와 기득권의 숨겨진 음모, 그리고 아테네 민주주의의 탄생, 미합중국의 건국에서부터 20세기의 전 지구적 혁명과 21세기에 등장한 활동가들의 운동까지 우리가 배워온 중요한 역사적 순간들과 개념들의 이해가 조작되었다는 근거를 도발적으로 제시하여 우리의 상식에 충격을 준다.
부제대로 '1%의 민주주의 VS 99%의 민주주의'의 구도를 직시하게 해주는 책이겠다. 보스턴 글로브의 평은 이렇다. "이 책은 정치적 논쟁을 불러 일으킬만한 민주주의의 인류학적 역사를 다루고 있다." 흥미로운 주제여서 원서도 주문했는데, 도착하는 대로 일독해볼 참이다. 저자의 다른 책으로 <직접 행동: 민족지>, 관료제를 다룬 <규칙의 유토피아> 등도 소개됨직하다...
15. 11. 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