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발견'으로 조운 콥젝의 <여자가 없다고 상상해봐>(도서출판b, 2015)를 고른다. 대표적 라캉주의 이론가의 저작으로 번역중이라는 사실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출간 소식은 그럼에도 반갑다.

 

 

 

콥젝은 성적 차이에 관한 라캉주의자들의 글모음 <성관계는 없다>(도서출판b, 2005)를 통해서 소개된 바 있다. 대표작은 <여자가 없다고 상상해봐>와 함께 <나의 욕망을 읽어라>가 꼽힌다(이 또한 번역되는 걸로 안다). <여자가 없다고 상상해봐>의 부제는 '윤리와 승화'다. 책소개는 이 부제의 해설에 맞춰져 있다.

라캉주의 정신분석학자 조운 콥젝은 충동과 윤리를 매개하는 수단으로 승화라는 개념을 끄집어낸다. 콥젝은 프로이트에게서 승화 개념이 불충분하게 발달되었다고 진단하고, 승화를 통해 우리의 결점을 꾸짖기 위해 초자아가 설정하는 상상적 이상들에 대한 우리의 굴종을 촉진시키는 그런 감정들로부터 정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정신분석에서 통상 초자아는 윤리의 자리였지만, 콥젝은 초자아로부터의 해방을 승화와 연결시킨다.

친절한 소개는 아니다. 동료인 슬라보예 지젝의 추천사가 좀더 피부에 와닿는다.

 

“누가 가장 위대한 작곡가인가”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로시니는 “베토벤”이라고 대답했다. 인터뷰어가 “모차르트는?”이라고 물었을 때 로시니는 조용히 되쏘아주었다. “모차르트는 가장 위대한 작곡가가 아니오. 그는 유일한 작곡가요.” 조운 콥젝에 대해서도 똑같이 말해야 한다. 그녀는 단지 미국의 ‘가장 위대한’ 라캉주의자가 아니다. 훨씬 더 근본적인 의미에서 그녀는 미국의 유일한 라캉주의자다.

그렇다, '미국의 유일한 라캉주의자'의 저작이 이번주 우리에게 도착했다...

 

15. 10. 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