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고전'으로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책>(문학동네, 2015)과 솔제니친의 <암병동>(민음사, 2015)을 고른다. 이미 번역본들이 나와 있는 책이지만 세계문학전집판으로 다시 나왔다. '정본'의 역할을 기대해도 좋을 성싶다.
<불안의 책>은 이번에 세번째로 번역되었다. '삼세번'이라고 해야 할까. 각각 다른 언어본에서 옮겨졌는데, 맨 처음에 나온 <불안의 책>(까치, 2012)는 이탈리아어판을, 두번째로 나온 <불안의 서>(봄날의책, 2014)는 독어판을, 그리고 이번에 나온 문학동네판 <불안의 책>은 포르투갈어 원본을 옮긴 것이다. 애초에 사후 편집된 책인지라 확정본이 따로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포르투갈어판을 '정본'으로 봐야겠다. 분량도 가장 두툼하다.
20세기 유럽 문학을 대표하는 포르투갈의 국민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책>이 포르투갈어 원전 완역본으로 출간되었다. 페소아의 대표작으로 일컬어지는 <불안의 책>은 이미 두 차례나 출간되긴 했으나 이탈리아어 판본과 독일어 판본을 중역한 것으로, 포르투갈어 원전을 완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안의 책>은 페소아가 생전에 완성한 작품이 아니라 사후 연구가들이 유고 더미에서 찾아낸 미완성 원고를 엮은 책이다. 그 때문에 편집본마다 수록된 텍스트의 수와 배열 순서가 다른데, 문학동네에서는 페소아 연구가로 유명한 리처드 제니스의 포르투갈어 편집본을 저본으로 삼았다.
입소문으로만 돌던 페소아적 '불안'의 진상에 대해서 이번에는 확인해볼 수 있겠다.
<암병동>(1967)은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1962)로 등단한 솔제니친의 초기 대표 장편이다(또다른 장편으론 <제1권>이 있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와 마찬가지로 자전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
1970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장편 소설. 솔제니친은 1945년 포병 대위로 복무 중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스탈린과 스탈린 체제를 비판한 것이 문제되어 체포되었고 이후 수용소 생활과 수용소 병원 생활은 그의 작품에서 주요 모티프가 되었다. 특히 악성 종양으로 사망 선고까지 받았던 그는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암 병동>을 썼고, 1953년 스탈린 사망 이후 펼쳐졌던 소련 내부의 혼란과 비극, 나아가 복잡다단한 인간 사회의 자화상을 병원이라는 폐쇄된 공간을 배경으로 그려 냈다.
장편으로는 <수용소 군도>와 함께 솔제니친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 참에 한 차례 완역본이 나왔던 <수용소 군도>도 다시금 완간됐으면 좋겠다(전체 여섯 권 가운데 현재는 1권만 세계문학전집판으로 나와 있다). '솔제니친 컬렉션'을 위해서라도...
15. 09.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