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경제학자 1인과 역사학자 2인이다. 먼저 칼럼니스트와 방송진행자로도 활동했던 고 정운영 선집이 10주기를 맞아 출간됐다. <시선>(생각의힘, 2015).

 

 

되짚어보니 내가 처음 접한 저자의 책도 칼럼집 <광대의 경제학>(까치, 1989), <저 낮은 경제학을 위하여>(까치, 1990)과 <시지프의 언어>(까치, 1993)이었다. '경제학 칼럼집'이란 말도 생소하던 때가 아니었나 싶다. 그밖에 <신세기 랩소디>(산처럼, 2002), 유작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웅진지식하우스, 2006)까지 아홉 권의 칼럼집을 펴냈는데, 이번 <시선>은 그 중에서 고른 글들이다.

마르크스 경제학자, 경제평론가,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등으로 활동하며 좌우를 막론한 최고의 논객이자 당대의 문장가로 호명되었던 정운영을 오늘 다시 만난다. 이 책은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 만에 펴내는 선집이다. 첫 번째 칼럼집 <광대의 경제학>(1989)에서부터 마지막 칼럼집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2006)까지 모두 아홉 권의 칼럼집에서 저자의 사상을 잘 반영하면서도 여전히 시의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글들을 가려 뽑은 것으로, 정치.경제.사회.문화를 포괄하는 르네상스적 비판정신과 곡조 있는 글쓰기의 정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재회의 감회가 없지 않다.

 

 

고려사 연구자 이승한 교수의 새책도 출간됐다. <고려왕조의 위기, 혹은 세계화 시대>(푸른역사, 2015). <고려무인이야기>(전4권) 이후에 '몽골 제국과 고려' 시리즈에 매진하고 있는데, 이번 책은 <쿠빌라이 칸의 일본 원정과 충렬왕>(푸른역사, 2009), <혼혈 왕, 충선왕>(푸른역사, 2012)에 뒤이은 것이다. 제목의 '세계화 시대'는 물론 몽골 제국 시대를 가리킨다.

이 책에서 특히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원 간섭기에 고려의 정치 사회를 주도한 부원배附元輩라는 세력이다. 몽골 제국에 체류하면서 무종과 인종 두 형제 황제를 옹립한 충선왕은 두 황제의 재위 동안 최고의 권력을 누렸다. 특히 인종 황제의 각별한 총애를 받은 충선왕은 몽골 제국의 2인자에 가까웠다. 개인적으로 충선왕은 그렇게 전성기를 맞이했지만 양국 사이의 경계나 고려 사회의 정체성은 오히려 희미해져갔다. 달리 표현하자면 고려 사회가 몽골 세계 제국에 동화되어갔거나 세계화 시대에 적극적으로 부응해갔다고 말할 수도 있다.

놀라운 사실들을 꽤 발견하게 되는데, 달리 말하면 고려사에 대한 우리의 상식이 얼마나 부족한지 확인하게 된다.

 

 

재알 조선사학자로 특히 조선 근대사 연구의 권위자인 조경달 교수의 책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개론서에 해당하는 <근대 조선과 일본>(열린책들, 2015), <식민지 조선과 일본>(한양대출판부, 2015)가 최근에 나온 책들이고, <식민지기 조선의 지식인과 민중>(선인문화사, 2012)가 근년에 나왔던 책.

 

 

근대 민중운동사가 주 전공분야였던 것으로 아는데, 동학과 갑오농민전쟁을 다룬 <이단의 민중반란>(역사비평사, 2008)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 책이었다. 이후에 나온 <민중과 유토피아>(역사비평사, 2009)는 절판돼 아쉬운데, 대체가능한 책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면 다시 출간되길 기대한다. 공저로는 <일본, 한국 병합을 말하다>(열린책들, 2011)까지가 현재 소개된 저자의 책이다. 가장 편하게는 입문서격의 <근대 조선과 일본>부터 손에 들어도 좋겠다.

갑오농민전쟁 등 조선 민중사 연구로 유명한 재일 사학자 조경달 교수가 그간의 연구 결과를 집약해 서술한 통한의 한국 근대 통사. 19세기 중반 대원군 집권기부터 1910년 8월 29일 대한제국이 멸망하던 날까지 반세기에 걸친 역사를 정치 문화를 중심으로 통사적으로 기술하는 한편으로, 비교사적 차원에서 근대 한일 관계를 고찰하고 있다. 근대 조선은 어떤 연유로 일본과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되었는가? 근대 서구와 접촉하면서 비교적 원만하게 국민 국가로 전환한 일본과 달리, 조선에서는 국민 국가로의 전환이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았다. 왜 그러했는가? 조경달은 한일 양국의 정치 문화의 차이에서 그 답을 찾는다.

15. 0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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