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발견'으로 게일 루빈의 선집 <일탈>(현실문화, 2015)을 고른다. 과문하여 생소한 저자인데 성 인류학의 선구자라 한다. 처음 소개되는 책이 900쪽이 넘는 선집이어서 의외인데, 여성학자들에게는 진즉 주목받은 학자인 듯싶다.

 

성 인류학의 선구자, 미시간 대학 교수 게일 루빈이 지난 40년간 써온 주요 논문들을 엮은 선집이자 유일한 단독 저서. 공식적으로 게일 루빈이라는 저자와 그녀의 저서가 국내에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일 루빈을 대표하는 두 편의 논문 <여성 거래>, <성을 사유하기>와 그 논문에 덧붙이는 후기들로 이 선집의 절반이 구성된다면, 나머지 절반은 문화인류학자로서 그녀가 선구적으로 개척한 성적 하위문화에 관한 민족지학적 연구들로 채워져 있다.

단순히 성 인류학의 선구자라고만 했다면 그런가 보다 했을 텐데, 주디스 버틀러의 강력한 추천사가 붙어 있다.

섹슈얼리티 연구의 전 영역을 구축해온 게일 루빈의 이론적 공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녀처럼 풍부하고 놀랍고 독보적인 이론적 개입을 계속하는 학자는 매우 드물다. 이 책에는 우리 세대의 관심을 모조리 끌었으며 몇 번이고 다시 주목해 볼 만한 글들이 실려 있다. 게일 루빈은 성적 범주의 물질적인 삶, 명쾌하고 섬세한 논법, 매우 특별하고 전례 없는 아카이브를 제공한다. 이 놀라운 선집은 가장 영향력이 있는 섹슈얼리티 연구자가 걸어온 위대한 궤적을 따르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귀중한 선물이다.

이 정도면 손이 가지 않을 도리가 없다.

 

말이 나온 김에 여성학/페미니즘 관련 신간을 더 챙겨두자면, 여성문화이론연구소에서 엮은 <페미니즘의 개념들>(동녘, 2015)이 출간됐다. "페미니즘의 주요 개념을 충실히 설명해주는 입문자를 위한 이론서"이다. 그리고 사회학자 로빈 라일의 <젠더란 무엇인가>(한울, 2015)도 눈길을 끄는 책. "우리가 어떻게 젠더를 분류하고 확신해왔는지, 그러한 관념이 어떻게 여성과 남성 모두의 몸을 옥죄었는지, 젠더가 어떤 식으로 우리의 일상적.제도적 권력의 지형을 왜곡했는지 살핀다." 성 인류학에서 젠더 사회학까지, 이 분야의 독자라면 한동안 포만감을 느낄 만하다...

 

15. 09.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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