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기간이었다는 이유로 한 주로 건너 뛰고서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른다(정확하게 말하면 '휴가일 뻔한 기간'이었다). 사실 독서에 가장 좋은 계절은 아닐지 모르지만 독서량(내지 판매량)은 가장 많은 계절이 여름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 만큼 욕심을 내봄직한 달이지만, 재충전을 위한 휴식도 중요한지라 적당한 분량의 책들로 고른다(대신에 이번주 '이주의 책'은 건너뛴다).

 

 

1. 문학예술

 

문학 쪽으로는 장르문학 책들을 골랐다. 필립 딕의 단편집 <마이너리티 리포트>(폴라북스, 2015)가 나온 게 계기다. '필립 K. 딕 걸잔선'으로 12권의 장편이 이미 완간되었고, 단편집 두 권이 남았는데, <도매가로 기억을 팝니다>(폴라북스, 2012)에 이어서 나온 게 <마이너리티 리포드>다. 물론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원작으로 잘 알려진 작품. 필립 딕 시리즈는 표지도 깔끔해서 소장욕을 부추키는 책들이기도 하다.

 

 

예술 분야는 다양하게 골랐다. 책 표지의 세계를 다룬 피터 멘델선드의 <커버>(아트북스, 2015), 그리고 오쓰카 에이지가 알려주는 일본 만화의 연출 노하우, <세계만화학원>(북바이북, 2015), 세계적인 아트 딜러 마이클 핀들리가 쓴 <예술을 보는 눈>(다빈치, 2015) 등이다. 각 분야의 보는 눈을 키워줄 만한 책들이다.

 

 

2. 인문학

 

인문 분야에서는 마사 누스바움의 <감정의 격동>(새물결, 2015)을 고른다. 3권 합계 1,352쪽에 이르니까 하루에 50쪽씩 읽는다고 해도 거진 한달이 걸리는 책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면 마라톤을 완주했을 때 같은 '감정의 격동'을 느끼지 않을까. 좀 가벼운 책으로는 '사랑 혁명'을 주창하는 뤽 페리의 책 두 권으로 <철학의 다섯 가지 대답>(더퀘스트, 2015)과 <사랑에 관하여>(은행나무, 2015)를 꼽는다. 대담 형식이라 누워서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게 장점.

 

 

역사 쪽으로는 두툼한 책을 원하는 독자라면 서영교의 <고대 동아시아 세계대전>(글항아리, 2015)을 손에 들 수 있겠다. 816쪽 분량. 고대 전쟁사 연구서로 "중국의 수.당시대, 한반도의 고구려.백제.신라, 바다 너머의 왜국, 중앙 초원의 돌궐.설연타.고창국, 그보다 먼 티베트 등 동아시아 대륙과 해양에 걸친 각국이 근 10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치열하게 존망을 다툰 '전쟁의 시대'를 새롭게 조망한 저작이다."

 

여행 기분을 내고 싶다면, 강인욱의 <유라시아 역사 기행>(민음사, 2015)도 한 가지 선택. '한반도에서 시베리아까지, 5천 년 초원 문명을 걷다'가 부제다. 미술사까지 곁들인 책으로는 지상현의 <한중일의 미의식>(아트북스, 2015). '미술로 보는 삼국의 문화 지형'이 부제다. 많이 다뤄진 주제인데, 최신 시각이 궁금하다.

 

 

3. 사회과학

 

이론적인 저작으로는 앤서니 엘리엇과 브라이언 터너가 공저한 <사회론>(이학사, 2015)을 고른다. "연대기적인 사상사에서 벗어나 고전적 개념과 동시대의 접근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구조’, ‘연대’, ‘창조’로서의 사회를 분석하며, 새로운 형식의 사회, 사회성, 사회적인 것이 비록 불안하게일지라도 계속해서 재구성되고 있는 현실을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사회비평서로는 강준만의 <독선사회>(인물과사상사, 2015)와 혐오 발언 문제를 다룬 모로오카 아스코의 <증오하는 입>(오월의봄, 2015)도 일독해봄직하다.

 

 

 

4. 과학

 

과학 분야의 책으론 물리학의 거장 프리먼 다이슨의 칼럼집 <과학은 반란이다>(반니, 2015). 다시 찾아보니 다이슨의 <프리먼 다이슨, 20세기를 말하다>(사이언스북스, 2009)는 절판된 상태다(품절도 아니고 절판이라니, 이유가 궁금하다). 리처드 도킨스의 칼럼집 <악마의 사도>(바다출판사, 2015)도 10년만에 재간본으로 다시 나왔다. 새로운 독자들을 만나도 좋겠다.

 

 

5. 책읽기/글쓰기

 

책읽기 분야의 책은 아무 망설임 없이 세 권을 골랐다. 앤디 밀러의 <위험한 독서의 해>(책세상, 2015)은 '인생 개선 독서'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자극과 귀감이 될 만한 책. 오에 겐자부로의 <읽는 인간>(위즈덤하우스, 2015)과 윤성근의 <내가 사랑한 첫 문장>(MY, 2015)은 이미 언급한 적이 있는 책들이다. 식욕 부진처럼 독서 부진 증상이 있는 독자들에게 좋은 활력소이자 영양소가 되어 줄 만하다... 

 

15. 08. 08.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조르조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새물결, 2015)를 고른다. '현대의 고전'으로 분류될 수 있는 책이기에. 이달에는 강의도 예정돼 있어서 나도 다시 정독하려고 한다. 그렇게 읽다 지칠 때쯤 선선한 바람이 불고 가을 소식이 들려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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