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고전'으로 꼽을 만한 책은 두 권이다. 새 번역으로 다시 나온 제롬 샐린저의 <프래니와 주이>(문학동네, 2015)와 앙드레 지드의 <배덕자>(민음사, 2015). 알려진 대로 샐린저는 <호밀밭의 파수꾼> 외에 단 세 권의 작품집만 추가로 펴냈다. 그러니 <프래니와 주이>가 나옴으로써 그의 '전집'이 갖춰진 셈(<호밀밭의 파수꾼>이 재번역되길 기대하는 쪽이지만, 저작권상 쉽지 않아 보인다).

 

 

<프래니와 주이>는 지금은 절판된 이전 번역본들도 두 종 갖고 있었지만, 정작 읽기도 전에 다 행방이 묘연한 상태. 어차피 새로 나온 번역본으로 읽으려고 원서도 저렴한 마켓판으로 구입했다. 이 작품에 대해선 열광적인 독자인 하루키의 추천사를 인용하는 게 낫겠다.

프래니와 주이』가 이렇게 재미있는 얘기였다니! 하고 탄복했다. 일어판 번역자로서 앞으로도 시대를 넘어 <프래니와 주이>가 고전으로, 또 동시대성을 지닌 작품으로 오래도록 읽히기를 바란다. 젊은 독자들에게는 젊은 대로, 성숙한 독자들에게는 성숙한 대로 읽히는 수준 높은 문학작품이라고 믿는다. 나이브하면서 기술적으로는 고도로 숙련돼 있고, 원리적이고 근원적이면서 동시에 부드러운 영혼을 지닌 매력 있는 소설이다. 인상적이고 자상한 세부 묘사에는 그만 마음을 뺏기게 된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인생에서 한 번쯤, 혹은 두 번쯤 읽을 만한, 그것도 천천히 시간을 들여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매우 드문 작품이다.

그래도 나도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이번에야말로 읽어봐야겠다.

 

 

세계문학전집판으로 나온 <배덕자>는 지드의 대표작 <좁은 문><전원교향곡>과 같이 묶였다. 한데 나로선 <배덕자>에 먼저 눈길이 간다. <좁은 문>과 <전원교향곡>은 다른 번역본으로 나와 있기 때문이다. 지드의 <좁은 문>을 강의하면서 그와 짝이 되는 <배덕자>가 마땅한 번역본으로 나와 있지 않은 게 유감이었는데, 이번에 해소하게 됐다(번역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신뢰할 만한 판본들이 아니었다).

 

 

참고로, 펭귄클래식판으론 <좁은 문>과 <전원교향곡>이 따로 나와 있고, 을유문화사판으로는 한권으로 묶여 있다. <좁은 문>만 읽으려는 독자라면 이성복 시인이 옮긴 <좁은 문>(문학과지성사, 2013)을 추천한다.

 

 

지드의 작품을 더 읽어야 한다면 <지상의 양식>(민음사, 2007)과 <위폐범들>(민음사, 2010)을 추가할 수 있겠다...

 

15. 08.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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