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타이틀은 임동근의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반비, 2015)에서 가져왔다. 팟캐스트 '김종배의 사사로운 토크'의 '도시정치학' 코너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서울의 삶을 만들어낸 권력, 자본, 제도, 그리고 욕망들'이 부제.
서울이 지난 반세기 동안 메트로폴리스로 성장하기까지 벌어진 일들과 이에 뒤따르는 많은 의문들을 다루고 있다. "가령 동사무소라는 독특한 한국적 행정기관은 왜 생겼으며 어떤 기능을 했는지, 그린벨트는 왜 만들었고 어떤 기능을 했고 어떤 부작용을 낳았는지, 아파트는 어떻게 전 국민의 로망이 되었으며 또 어떻게 지배적인 주거 양식이 되었는지, 다세대·다가구 주택은 왜 그렇게 많아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왜 이렇게 외면당하고 있는지, 왜 마포가 아니라 테헤란로가 대표적인 오피스 지구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 등등 의문점들에 대한 흥미로운 답이 펼쳐진다."
두번째 책은 서울학연구소에서 엮은 <한양의 탄생>(글항아리, 2015)이다. '의정부에서 도화서까지 관청으로 읽는 오백년 조선사'가 부제. "이 책은 중심 정부기구였던 의정부와 육조를 비롯해 인사권을 행사했던 비변사나 제례를 담당했던 봉상시, 천문 관측을 주 업무로 삼았던 관상감 등 한양 관청의 역할과 역사를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또 그곳에 소속되어 일했던 공무원들의 조직도 및 품계 등을 통해 당시 사회상을 다루기도 한다."
세번째 책은 전진성의 <상상의 아테네, 베를린. 도쿄. 서울>(천년의상상, 2015)이다. 세 도시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싶은데, 바로 그게 착안점이다. "하나로 엮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세 도시 베를린, 도쿄, 서울을 다룬 책이다. 베를린과 도쿄는 '위로부터의 근대화'를 이룩한 후발 제국의 수도라는 공통점을 지닌 데 반해, 도쿄와 서울은 오랜 역사적 인연을 지닌 동일문화권 안의 제국-식민지 관계였다. 별 관련이 없어 보이는 서울과 베를린이 하나로 엮일 수 있는 것은 제국 일본의 수도였던 도쿄를 매개로 하나의 독특한 지리적 상상이 시간과 공간의 장벽을 뛰어넘어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곧 베를린이 아테네를 모델로 건설됐고, 도쿄는 또 베를린을 모델로, 서울(경성)은 도쿄를 모델로 함으로써 세 도시가 엮이게 되는 것. 이름하여 '근대수도의 계보학'이다. 세 도시의 역사뿐 아니라 근대도시 건축사와 문화사에 대한 흥미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네번째는 빌프리트 봄머트의 <빵과 벽돌>(알마, 2015)이다. 이번엔 '미래 도시'가 주제. 특히 '미래 도시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란 문제를 주로 다룬다. "저자 빌프리트 봄머트는 21세기의 자급자족은 인류가 원해서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강제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것은 21세기 말 아마도 120억 명의 인구 중 90억 명이 도시에 사는 상황에서, 즉 대다수가 빈곤에 시달릴 세계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는가 하는 치열한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도시농업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과연 식량위기에 직면한 세계를 구원할 수 있을지, 그렇다면 그 길을 선도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학계와 정계는 이 구상을 지원해주는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다섯번째 책은 로널드 핀들레이 등의 <권력과 부>(에코리브르, 2015)다. '1000년 이후 무역을 통해 본 세계정치경제사'가 부제. "1000년 이후 무역을 통해 본 세계정치경제사. 방대한 시공간을 다루면서도 비교적 골고루 조명을 비추어 균형을 잃지 않은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목적은 지역 간 무역 패턴과 발달 과정, 장기적 측면에서 세계 경제와 정치의 상호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궁극적으로 무역의 패턴과 구조, 시대에 따른 지정학적 전개 과정, 과거 수천 년 동안의 패권 변화에 집중하는 것이다." 비슷한 성격의 책으로는 김동욱의 <세계사 속 경제사>(글항아리, 2015)도 있었다. "돈, 성, 권력, 전쟁, 문화로 읽는 3000년 경제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