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인터뷰어와 에세이스트, 그리고 현대사 저술가, 3인이다. 먼저 세계 지성들과의 릴레이 인터뷰, <문명, 그 길을 묻다>(이야기가있는집, 2015)를 펴낸 안희경. 경향신문의 연재물 '문명, 그 길을 묻다'를 이번에 책으로 펴냈다. 놀랍게도 이러한 인터뷰집을 해마다 펴내고 있는데, 전작으로는 현대미술가 8인의 삶과 작품을 안내하는 <여기, 아티스트가 있다>(아트북스, 2014), 촘스키와 칙센트미하이 등 석학 7인과의 대담집 <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오마이북, 2013)가 있다.

 

 

이번 인터뷰집의 주제는 제목대로 우리 문명의 향방이다. "재레드 다이아몬드, 노암 촘스키, 제레미 리프킨, 지그문트 바우만, 장 지글러, 하워드 가드너 그리고 중국의 변화를 이끄는 원톄쥔과 스리랑카의 간디로 불리는 A. T. 아리야라트네 등 세계의 지성을 대표하는 11명의 석학들과 마음으로 소통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속된 말로 '영양가'가 아주 높은 대화를 담고 있다. 그래서 나는 미리 읽고 추천사를 쓰면서 단 5분이라도 책을 읽어보시라고 적었다.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고 우리의 문명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평소에 이런 질문을 던지는 독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저마다의 곤란과 애로에 허덕이며 자기 앞가림에 바쁘다. 세상을 고민하는 일 따위는 누가 대신해주길 바란다. 하지만 <문명, 그 길을 묻다>를 아무 쪽이나 열어서 5분 만 읽어본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우리는 문명 안에 있으며 두 발을 세상에 딛고 있음을 다시 확인하면서, 우리 시대의 현자들과 함께 고민하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가 선 자리와 가야 할 길이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손에 들어야 할 책이다.

특히 미래를 짊어질 젊은 세대 독자들이 많이 읽으면 좋겠다. 문제를 보는 시야와 생각의 범위가확 달라질 것이라고 장담한다.

 

 

파리의 '생활좌파' 목수정도 새 책을 펴냈다. <파리의 생활좌파들>(생각정원, 2015). '세상을 변화시키는 낯선 질문들'이 부제다. 이 책 역시 인터뷰집인데, "목수정은 15명의 생활 좌파들과 인터뷰를 했다. 그들에게 좌파 활동의 원동력이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그리고 동지를 어떻게 구하는지, 선동과 회유에는 어떻게 맞서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파리에 사는 프랑스인뿐 아니라 폴란드 태생의 유대인 공산당원, 중국인 부모를 둔 타히티 태생의 극좌 정당 활동가, 양심적 병역 거부를 사유로 망명한 한국인 등이 인터뷰 대상이었다." 바라건대 이런 인터뷰집은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 세계 곳곳에서 다들 어떤 궁리를 하면서, 어떻게 세상과 맞서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알려주는 책들 말이다.

 

 

지난 80-90년대 대학가의 베스트셀러였던 박세길의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전3권, 돌베개, 2015)가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짐작으로 90년대 학번들까지는 다들 책 표지를 기억에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개정된 내용이 있는지 궁금하고, 2010년대 독자들과도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책의 기본 특징은 변함이 없을 터이다.

1988년부터 1992년까지 차례로 출간된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는 해방 후부터 1990년대 초까지의 우리 역사를 민중주체적 시각에서 통사적으로 정리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풍부한 사실 자료에 근거하여 논증하면서도 역사 이야기를 논쟁적이고 흥미진진한 필치로 그려냈다는 점, 진보적인 관점에서 일관되게 정리했다는 점 등이 긍정적인 반응의 주된 이유였다.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민중을 중심에 둔 역사 서술이다. 따라서 각 시기 민중의 요구와 투쟁 양태 그리고 민중의 역할이 중심이 된다. 둘째, 외세, 특히 미국이 우리 민중에게 어떠한 행위를 하였는가가 집중적으로 분석된다. 셋째, 민족사의 주체를 남북한 민중 모두로 정립하기 위하여 한반도 전역의 민중을 포괄하여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근년에도 활발한 저술활동을 선보이고 있는데, 최근에는 <한국 현대사 열한 가지 질문>(원더박스, 2015)을 펴냈고, 그 전작으로는 '늙은 국가로 망할 것인가 젊은 국가로 훨 날 것인가'를 화두로 한 <젊은 국가>(매일노동뉴스, 2014), <자본주의, 그 이후>(돌베개, 2012) 등이 있다. 아무려나 주저라 할 만한 책이 다시 나와서 반갑다. 더불어, 좋은 세상은 아직도 멀었구나 싶어, 씁쓸한 마음도 없지 않다...

 

15. 08.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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