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대한 상반된 시각을 보여주는 책 두 권을 '이주의 발견'으로 고른다. 윌리엄 데이비스의 <행복산업>(동녘, 2015)과 브루노 프라이의 <행복, 경제학의 혁명>(부키, 2015)이다.
먼저 <행복산업>은 원제를 그대로 옮긴 것인데, '자본과 정부는 우리에게 어떻게 행복을 팔아왔는가?'가 부제다. 저자는 영국의 사회학자이자 정치경제학자. 어떤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가.
저자는 ‘행복의 과학’이 갑작스럽게 21세기 초에 대두된 것에는 중요한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하나는 바로 자본주의의 본성과 관련된 것이다. 즉 행복이 중요해진 것은 그만큼 사회의 구성원들이 느끼는 불행함이 중요해졌다는 반증인데, 많은 사회 구성원이 느끼는 불행함은 불평등을 심화하고 심리적, 감정적으로 관계를 맺는 데 자본주의 체제가 바로 그 어려움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제기하는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자본주의하에서 기술이 우리의 감각과 기분, 감정을 일상적으로 감시하는 물리적 환경을 구축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감정은 실시간으로 수량화되고 이는 시장을 넘어 우리의 삶 깊숙한 곳까지 침투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은 이처럼 행복과 웰빙이라는 이 시대의 새로운 ‘종교’가 어떻게 경영, 금융, 마케팅, 스마트기술 등 우리 일상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가장 사적인 감정의 상업화 등을 통해 공기처럼 우리를 휘감고 있는 ‘행복’에의 강요를 날카롭게 해부한다.
제목과 부제만으로도 문제의식을 대충 어림잡을 수 있는 책인데, 장하준 교수는 추천사에서 이렇게 적었다. “인간에 대한 ‘과학적’인 이해와 조작을 통해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고 사회를 개선시키겠다는 지금의 지적 프로젝트의 오도된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 눈이 번쩍 뜨이고,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며, 마음이 확 트이게 하는 책이다.” '국민행복시대'의 실상을 경험하고 있는 우리로선 더더욱 필독해볼 필요가 있겠다.
이미 <경제학, 행복을 말하다>(예문, 2008)을 통해 소개된 바 있는 브루노 프라이는 스위스 취리히대학의 경제학 교수로 '행복경제학'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경제학과 행복의 관계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에 맞서 행복을 계량화하는 것이 가능하고 경제학이 그러한 행복 증진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행복경제학의 선구자 프라이는 비용과 편익이라는 결과적 효용에만 초점을 맞춘 표준 경제이론의 한계를 지적하며, 개인의 '주관적 안녕감' 즉 행복을 측정하는 것이야말로 경제적 행동을 해석하고 경제정책을 수립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주장한다. 그는 행복 연구가 아직 완전한 단계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효용을 측정할 수 없다는 기존 경제학의 주장에 반해 이 연구가 '주관적 안녕감'이라는 분명한 측정치로 경제적 행동의 효용을 계량화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으며, 이를 통해 경제이론 및 정책의 변화를 가져올 충분한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핵심은 '주관적 안녕감'을 어떻게 측정하고 계량화할 수 있는가란 점이겠다. 행복경제학의 기본 전제니까 말이다. 그래도 경제의 목표를 '성장'이라고 생각하는 주류 경제학보다는 좀 다른 시각의 이야기를 해줄 것 같은데, 자칫 '행복산업'의 함정에 빠질 위험도 있어 보인다. <행복산업>과 같이 읽어보아야 하는 이유다...
15. 07.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