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도 골라놓는다. 미국의 실존주의 정신분석가 롤로 메이, 프랑스의 논쟁적 작가 미셸 우엘벡, 그리고 미국의 퓰리처상 수상작가 앤서니 도어, 3인이다.

 

 

먼저, 에리히 프롬과 함께 실존주의를 심리치료 이론과 실제에 적용하는 데 기여한 롤로 메이의 <신화를 찾는 인간>(문예출판사, 2015)이 출간됐다. 1991년에 나온 책이니까 1994년에 세상을 떠난 롤로 메이의 마지막 저작이다. 번역됐음직한 책이지만 이번에 나온 게 초역이다. 롤로 메이는 80-90년대에 소개되다가 훌쩍 건너뛰어서 지난 2013년부터 <권력과 거짓순수>, <자아를 잃어버린 현대인> 등이 다시 소개되고 있다. 

저자는 미국인이 인생의 방향과 목적을 잃고 방황하는 것은 신화를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현대인이 고독과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처방을 “신화를 새롭게 보고 자신만의 신화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단테의 <신곡>, 괴테의 <파우스트>, 사르트르의 <파리 떼>, 허먼 멜빌의 <모비 딕>등의 고전 명작에 담긴 심오한 비유와 상징을 만나 볼 수 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지크문트 프로이트, 오토 랭크, 칼 융 등 저명한 정신분석학자들이 신화를 어떻게 해석했으며, 이와 연관 지어 인간 본성을 어떻게 파악했는지 알 수 있다.

다양한 작품들, 특히 <파우스트>에 대한 해석이 흥미를 끈다(저자는 파우스트 신화에 대해서 3개 장을 할애하고 있다).

 

 

미셸 우엘벡의 신작 <복종>(문학동네, 2015)도 번역돼 나왔다. 2022년 이슬람 정권이 들어선 프상스 사회를 그린 디스토피아 소설로 프랑스에서 또 한번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배경은 우리가 아는 바대로다.

2015년 1월 7일 프랑스는 떠들썩했다. 미셸 우엘벡의 신간 <복종> 출간과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 때문이었다. 프랑스에 이슬람 정권이 들어선다는 도발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우엘벡의 여섯번째 소설 <복종>은, 이슬람 문제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유럽 사회에서 출간 전부터 화제를 불러일으켰으며, 출간 당일 프랑스 대표적 풍자 전문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를 겨냥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총격 테러로 또다시 논쟁의 중심이 되었다.

'문학속의 정치'를 주제로 한 최근 강의에서 <1984>와 <멋진 신세계>를 다시 읽었는데, 그 목록에 포함해도 좋겠다 싶다(<복종>과 함께 이스마일 카다레의 <꿈의 궁전> 등이 내가 보강하고 싶은 리스트다).

 

 

올 퓰리처상 수상작이 곧바로 번역돼 나왔는데, 앤서니 도어의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민음사, 2015)이다. 1973년생이니까 올해 마흔둘. 2004년에 첫 장편을 발표했고, 10년간의 준비 끝에 2014년에 발표했다는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이 말 그대로 그의 '이 한 작품'이다.

장님 소녀 마리로르와 고아 소년 베르너가 2차 세계 대전 전후로 겪는 10여 년간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아름다운 문체와 감동적인 플롯,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 실감 나는 묘사로 언론과 평단의 큰 주목을 받았으며, 수많은 미국 독자의 심금을 울렸다. 미국 내에서만 100만 부 넘게 판매되고 39개국에 판권이 팔리는 쾌거를 이루었으며, 2015년 6월 '앤드루 카네기 메달 상'을 수상하면서 다시 한 번 대중성과 문학성을 입증받았다.

지난해 퓰리처상 수상작인 도나 타트의 <황금방울새>(은행나무, 2015)와 함께 미국문학의 현재를 짚어볼 수 있는 척도로 삼을 만하다...

 

15. 07.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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