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국문학 연구자 요시카와 나기의 <경성의 다다, 동경의 다다>(이마, 2015)를 손에 들었다가 저자의 다른 책으로 책갈피에 <최초의 모더니스트 정지용>(역락, 2002)이 있길래 구입했다. 특이한 건 저자가 다르게 표기돼 있다는 점.

 

 

책을 구입해보니 저자가 요시카와 나기가 아니라 사나다 히로코이다(알라딘에는 '시나다 히로코'로 오기돼 있다). 약력을 보면 동일인인 듯한데, 이름을 개명한 것인지 궁금하다. 저자의 이력은 이렇다.

오사카에서 태어나 신문사에 근무한 뒤 한국에 왔다.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의 신문방송학과 대학원에서 잠깐 공부했지만 재미를 붙이지 못했다. 그때 다른 공부거리를 찾아 등록한 문학학교에서 신경림 시인을 만난 게 한국 문학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다. 그 후 신경림 시인의 추천으로 인하대학교 대학원에서 한국 근대문학을 전공했다. 전부터 메이지, 다이쇼 시대의 일본 문학을 즐겨 읽던 것이 결국 1920년대의 한국 청년들과 공통되는 독서 체험으로 이어져 한국 근대문학을 연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정지용 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하여 지금은 도쿄에서 한국 문학 등의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바로 <최초의 모더니스트 정지용>이 저자의 인하대학교 박사학위논문을 단행본으로 펴낸 것인데, 2001년에 제출된 학위논문 제목은 '모더니스트 정지용 연구 - 일본근대문학과의 비교고찰을 중심으로'이다. 일본에 다시 돌아가서 활동하면서는 '요시카와 나기'란 이름을 쓰는 듯싶은데, 올 들어 신경림 시인과 다니카와 슌타로의 대시집(對詩集) <모두 별이 되어 내 몸에 들어왔다>(예담, 2015)과 함께(이 시집은 일어판도 동시에 출간됐다)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집 <사과에 대한 고집>(비채, 2015)을 번역해 펴냈다. 알고 보니 내가 읽은 책으로는 토 겐이치의 <일본 우익사상의 기원과 종언>(문학과지성사, 2009)도 옮겼다. 

 

아무튼 저자명이 달라서 '뒷조사'를 하다 이런저런 사실을 확인한 셈. 그럼 가장 최근에 나온 <경성의 다다, 동경의 다다>는 어떤 책인가.

조선 최초의 다다이스트 고한용에 의해 소개된 식민지 조선의 다다이즘은 불과 2년간 지속된 문학운동/이론이지만, 이후 조선 문단에서 활약한 모더니스트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또한 일본의 다다이스트 및 아나키스트들과 연대하여 근대 이후 우리 문학이 최초로 국제적 동지 의식을 보여 준 운동이었다. 지금껏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고한용이라는 인물을 통해 마해송, 임화, 최승희, 박열, 가네코 후미코, 쓰지 준, 다카하시 신키치, 아키야마 기요시 등 조선-일본의 지식인, 예술인의 자유를 향한 갈망과 연대를 엿볼 수 있다.

과문하여 조선에도 다다이즘 운동이 있었고 다다이스트가 활동했다는 사실은 처음 접했다. 게다가 일본 활동가들과 '국제적 동지 의식'을 보여준 운동이었다니! 아무튼 희소성이란 관점에서도 흥미를 끈다. 한일 비교문학이란 분야에서 저자가 털어놓을 이야기 보따리가 궁금하다...

 

15. 0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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