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건너뛰는 대신에 어제 날려먹은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른다. 목록은 어제 고른 것과 대동소이하다.

 

 

1. 문학예술

 

먼저 문학쪽으로는 콜린 맥컬로의 대작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가운데, 첫 권 <로마의 일인자>(교유서가, 2015)를 꼽는다. 워낙에 방대한 시리즈인지라 첫 권만 해도 3권으로 분권돼 나왔다. 역사물을 좋아하는 독자들의 여름나기용으로는 일감이다. 더불어 로마사 전공자들에게도 칭찬받는 책이라고.

3천만 부가 팔리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던 장편소설 <가시나무새>의 작가 콜린 매컬로가 여생을 걸고 쓴 대작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 제1부. 이 시리즈는 작가가 자료를 모으고 고증하는 데만 13년이 걸렸고, 이후 집필을 시작해 시력을 잃어가며 완결하기까지 근 20년이 걸렸다. 작가가 직접 손으로 그린 각종 지도와 책 한 권 분량의 방대한 용어설명을 보면 이 작품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담겼는지를 엿볼 수 있다. 출간되자마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라 영미권에서 화제가 됐던 <로마의 일인자>는 일반 독자뿐 아니라 서양 고대사학자들 사이에서도 탁월한 로마사 책으로 인정받을 만큼 철저한 사료 고증에 입각하면서도 상상력 넘치는 작품이다.

이를테면 한 작가가 자기 인생을 걸로 쓴 작품. 개인적으로 보탠 추천사는 이렇다.

<로마제국 쇠망사>에서 <로마인 이야기>까지 로마의 역사를 다룬 대작은 많다. 심지어 충분히 많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콜린 매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는 그런 느낌을 단번에 날려버린다. 이제까지의 로마사가 그 시대를 바라보게 했다면 매컬로는 그 시대의 한복판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로마의 대로와 원로원과 원형경기장에 들어서게 하며 목욕탕에 몸을 담그게 한다. ‘로마의 일인자’를 다투는 현장의 목격자로 서게 한다. <로마의 일인자>를 읽으며 우리는 로마인이 된다. 로마인 이야기의 진정한 ‘마스터’가 여기에 있다.

 

예술 분야로는 음악 책 세 권을 골랐다. 각각 클래식과 재즈, 그리고 음악사를 다룬 책이다. 이채훈의 <클래식 400년의 역사>(호미, 2015)는 몬테베르디에서 하이든까지를 다룬 클래식 가이드북. 요즘은 QR코드를 통해서 음악을 직접 감상하면서 안내를 받을 수 있는데, 이 책 역시 그렇다.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 황덕호의 <그 남자의 재즈 일기>(현암사, 2015)는 '재즈 입문자를 위한 명반 컬렉션' 이야기다. 저자는 재즈 칼럼니스트로 1999년부터 KBS 클래식 FM ‘재즈 수첩’을 15년 동안 진행해왔다. 말 그대로 재즈 마니아의 열혈 가이드북. 평론가 강헌의 <전복과 반전의 순간>(돌베개, 2015)은 음악사의 문제적 장면들에 대한 재조명이다. 재즈와 로큰롤 혁명은 물론 모차르트의 '투정'과 와 베토벤의 '투쟁'도 다루었다.

 

2. 인문학

 

역사 쪽으로는 '한국역사연구회 시대사 총서'의 첫 권으로 나온 <조선시대사>(전2권, 푸른역사, 2015)를 일단 꼽고 싶다. 10권으로 완간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민음 한국사' 시리즈와 함께 학계의 역량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성과가 되지 않을까 싶다. 거기에 더 얹어서 현대사 연구자 박태균 교수의 <박태균의 이슈 한국사>(창비, 2015)도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그리고 인디고연구소에서 기획한 '공동선 총서'의 셋째 권으로 나온 가라타니 고진 인터뷰 <가능성의 중심>(궁리, 2015)도 읽을 거리. 슬라보예 지젝과 지그문트 바우만 인터뷰에 이어진 것인데, 특히 젊은 세대 독자들이 많이 읽으면 좋겠다. 각 사상가들의 입문서로도 최적이다.

 

 

3. 사회과학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불평등을 주제로 한 책 세 권을 골랐다. 이 주제에 관한 서평집으로 읽을 수 있는 게 <이따위 불평등>(북바이북, 2015)이고, 한국사회 불평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진단은 <불평등 한국, 복지국가를 꿈꾸다>(후마니타스, 2015)에서 읽어볼 수 있다. 앤서니 앳킨슨의 <불평등을 넘어>(글항아리, 2015)는 불평등에 대한 이론적 성찰을 집약하면서 어떻게 불평등을 줄일 수 있을지 모색한다.   

 

 

4. 과학

 

과학분야의 책으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과학 수다>(전2권, 사이언스북스, 2015)를 고른다. "과학자 이명현, 과학 교육자 김상욱, 과학 기자인 강양구, 세 명의 저자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 반드시 알아야 할 과학 열쇳말 15가지를 꼽아 해당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을 모시고 주고받은 뜨거운 ‘수다’를 기록한 책이다." 거기에 좀 두툼한 책으론 대니얼 레비틴의 <정리하는 뇌>(와이즈베리, 2015). 이번 여름엔 책상과 머릿속을 어떻게든 정리해봐야겠기에, 내겐 필독서다.

 

 

5. 책읽기/글쓰기

 

작가 수업용 두 권과 서평집 한 권을 고른다. 루이즈 디살보의 <최고의 작가는 어떻게 쓰는가>(예문, 2015)는 '느리게 쓰는 기술'이 원제. "책 속에는 버지니아 울프,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헨리 밀러, 존 스타인벡 같은 클래식 작가들은 물론 조 앤 비어드, 마이클 샤본, 제프리 유제니디스, 이언 매큐언, 도나 타트 같은 동시대 작가들의 ‘느린 글쓰기’에 관한 일화가 담겨 있다." 아널드 새뮤얼슨의 <헤밍웨이의 작가수업>(문학동네, 2015)은 저자가 헤밍웨이와 함께 한 1년을 기록한 책.

 

그리고 <아빠의 서재>(북바이북, 2015)는 故 최성일 출판평론가의 가족들이 쓴 서평을 모은 책이다. "그의 아내 신순옥이 남편이 남기고 간 책을 읽고 쓴 독서에세이 <남편의 서가>에 이어, 이번에는 두 아이들이 아빠가 남기고 간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아빠의 서재>는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아빠의 책을 읽고 글을 쓴 기록이다." 말 그대로 서평이 가업이 된 가족 이야기로도 읽을 수 있다.

 

15. 07. 05.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1932)를 고른다. 최근에 안정효 선생 번역판이 다시 나왔는데, 후속작인 <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소담출판사, 2015)까지 함께 읽어봐도 좋겠다(이 속편은 범우사판에는 <다시 가본 멋진 신세계>란 제목으로 수록돼 있다). 가장 많이 읽히는 건 문예출판사판이다. 참고로 <멋진 신세계>는 랜덤하우스에서 선정한 가장 위대한 20세기 영미소설 100권 가운데 5위를 차지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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