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수용소문학의 거장 바를람 샬라모프의 <콜리마 이야기>(을유문화사, 2015)가 드디어 번역돼 나왔다. 방대한 분량의 시리즈인지라 완역은 어려운 작품인데, 여하튼 그 가운데 한권이라도 번역되었기에 반갑다. 언젠가는 번역돼 나오겠거니 했지만 예상을 조금 앞질렀다.

 

일찍이 많은 평론가들로부터 "20세기의 도스토옙스키다"라는 찬사를 받은 바를람 샬라모프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17년 동안 콜리마 강제 노동수용소에서 중노동을 하고 석방된 뒤에 모스크바로 돌아와서 1954년부터 쓰기 시작했다. 비교적 짧은 단편들로 이뤄져 있으며 흥미로우면서 동시에 주제가 신랄하고, 밝고 생생한 언어로 쓰였다는 것이 특징이다. <콜리마 이야기>는 도스토옙스키의 <죽음의 집의 기록>이나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수용소 군도>처럼 수용소를 배경으로 다룬 수용소 문학이면서도 내용과 형식면에서 이들 작품과는 다른 독특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콜리마라는 수용소가 만든 지옥을 기록한 단순한 회상이나 회고록을 넘어서서 새로운 산문의 가능성을 보여 준다.  

내친 김에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도 완역판이 다시 나왔으면 싶지만, 기대해도 될지는 의문이다. 언제 러시아의 강제 수용소와 나치의 절멸수용소를 다룬 작품들만 모아서 비교해가며 읽어봐도 좋겠다 싶다(강의에서 다뤄볼 만한 아이템이다). 샬라모프에 대해서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격찬도 참고해보시길.

 

이건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천재적인 작가다! 그가 이 소설을 썼기 때문이 아니라 그를 읽은 우리에게 어떤 생각을 남기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책을 읽고 나서 온갖 참혹한 일을 겪고도 어디서 그런 순수한 감정이 나오는지 놀란다. 샬라모프는 여러 고뇌를 이야기하면서 타협할 줄 모르는 진실ㅡ유일한 무기ㅡ로 지옥에 빠진 사람을 동정하고 그에게 고개를 숙인다.

15. 0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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