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로 철학자 3인을 골랐지만, 역사가 2인의 이주의 저자로 손색이 없다. <포스트워>(플래닛, 2008)의 저자 토니 주트와 <중동의 역사>(까치,1998)의 저자 버나드 루이스인데, 각각 지난 한 세기(주로 20세기)를 회고한 책을 펴냈다.

 

 

영국의 역사학자로 유럽사가 전문분야였던 토니 주트가 공저로 내놓은 책은 <20세기를 생각한다>(열린책들, 2015)다. '잃어버린 20세기에 대한 성찰'을 주제로 한 <재평가>(열린책들, 2014)와 짝이 될 만한 책. 1948년생인 주트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루게릭병으로 2010년 세상을 떠났는데, 투병중에 티머시 스나이더에게서 공저를 제안받고서 함께 진행한 결과물이다.

'전후 유럽에 관한 최고의 역사서'로 평가받는 <포스트워>의 저자이자 사회 참여 지식인으로 널리 알려진 토니 주트와 전도유망한 젊은 역사학자 티머시 스나이더가 20세기 서구 정치사상에 대해 나눈 긴 대담의 기록이다. 이 책은 '역사이자 전기이며 윤리학 논문'이다. 19세기 말부터 21세기 초까지 자유주의자,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 민족주의자, 파시스트 지식인들이 이해한 권력과 정의를 주제로 한 서구 근대 정치 사상사, 제2차 세계 대전과 홀로코스트라는 격변이 일어난 직후 20세기 중반 런던에서 동유럽 유대인의 후손으로 태어난 역사가 토니 주트의 지적 전기, 그리고 20세기 정치사상의 한계와 도덕적 실패에 대한 윤리학적 사색, 이 세 가지 이야기가 교직되어 있다.   

책이 만들어진 과정도 이야깃거리다.

2009년 정초부터 봄, 여름 내내 스나이더는 매주 목요일마다 주트의 집을 방문해 대화를 나누고 이를 녹음해 녹취한 뒤 주트가 생각한 방식에 따라 9개의 장으로 편집했다. 스나이더와 나눈 일련의 대화에서 주트는 오로지 자신의 정신과 기억을 나침반 삼아 20세기라는 거대한 대륙을 탐험하며 그 지적, 정치적 지형도를 읽어 내고, 자신의 지적 좌표를 정치적 지식인의 역할과 역사가라는 직업에 비추어 자전적 이야기로 풀어냈다.

그런 면에서는 회고록 <기억의 집>(열린책들, 2010)과도 같이 읽어볼 만하다.

 

 

1916년생으로 '현존하는 최고의 중동학자'로 꼽히는 버나드 루이스이 책은 <100년의 기록>(시공사, 2015)이다(우리 나이로는 말 그대로 100세다!).

중동학자 버나드 루이스가 100년 동안의 자기 삶과 업적, 그리고 중동 역사를 돌아보며 쓴 책이다. 버나드 루이스는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로 책의 포문을 연다. 자신의 성장 과정과 함께, 역사학자의 삶으로 들어서게 된 계기, 영국인으로서 왜 중동의 역사를 연구하는지, 또 역사를 연구하면서 직면한 학문적 고민과 논쟁에 대해서 솔직하게 풀어놓았다. 뿐만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참전 당시의 에피소드, 터키와 이집트의 대통령, 요르단의 국왕 등 중동의 여러 인물들과의 만남 등 오늘날의 독자들이 호기심을 가질 만한 여러 이야기를 담았다.

아무래도 중동으로 중심에 놓고 지난 100년을 되돌아보는 만큼 조금 다른 시야의 이야기들이 나올 것 같다. 그 희소성만으로도 기대를 갖게 하는 책이다.

 

 

그런 기대로 원서도 주문을 넣었다. 몇 권 더 번역된 버나드 루이스의 책으로는 같은 역자가 옮긴 <무엇이 잘못되었나>(나무와숲, 2002)와 <암살단>(살림, 2007) 등이 더 있다...

 

15. 0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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