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한 뒷북이긴 한데, 6월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메르스 사태와는 무관하지만 왠지 무관하지만은 않은 걸로 치고 싶다. 도서관 강의도 휴강하고 아이가 다니는 학교도 한 주 휴교에 들어가는 등 일상이 정지됐었기에. 속사정은 따로 여유가 없었다는 거지만.

 

 

1. 문학예술 

 

문학 쪽으로는 미국작가 제임스 설터의 <스포츠와 여가>(마음산책, 2015)를 고른다. "제임스 설터의 통산 세 번째 장편소설이자, 마음산책이 출간하는 그의 세 번째 작품이다. 1967년 발표되어 '제임스 설터'라는 이름을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린 작품으로, 60년대 초반에 제임스 설터가 프랑스에서 겪었던 일이 모티프가 되었다"는 소개다. 흥미를 북돋은 것은 조이스 캐롤 오츠의 평.

<롤리타>가 나보코프에게 차용된, 매력적으로 천박한 미국에 바친 발렌타인 카드 같은 것이라면, <스포츠와 여가>는 설터가 그의 프랑스에 보내는 발렌타인 카드다.

'에로틱 리얼리즘의 걸작'이라는 평가도 한몫 거든다. 독서거리로 미룰 이유가 없다.

 

 

예술분야는 미술책들을 골랐다. 이진숙의 <시대를 훔친 미술>(민음사, 2015)은 " 피렌체 르네상스와 프랑스혁명부터 양차 세계대전, 미국 대공황까지 인간 자취로서의 예술사를 한눈에 살펴본다." 이여신의 <그림에 차려진 식탁들>(예문당, 2015)은 "수많은 식탁과 음식에 대한 그림들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생활 모습과 삶의 의미를 들여다" 본다. 곽아람의 <미술 출장>(아트북스, 2015)은 "3년간 미술기자로 있었던 일간지 기자가 작가와 화랑주, 큐레이터와 컬렉터, 옥션 관계자들과 평론가들이 움직이는 거대한 미술 현장에서 그간 보고 듣고 느낀 것들에 대한 기록을 담았다."

 

 

2. 인문학

 

인문 분야에서는 눈에 띄는 철학 입문서들을 일단 고른다. 도다야마 가즈히사의 <과학으로 풀어낸 철학입문>(학교도서관저널, 2015)은 '과학으로 풀어낸'에 방점이 놓인다. 철학 입문서는 많지만 그럼에도 눈길이 가는 이유. 돈 마리에타의 <쉽게 쓴 서양 고대철학사>(서광사, 2015)도 서양 고대철학 입문서로 새로 나온 책이다. 거기에 최훈의 <동물을 위한 윤리학>(사월의책, 2015)도 보탠다. "‘채식주의 철학자’인 저자는 데카르트와 칸트부터 존 롤스와 피터 싱어에 이르는 철학자들과 논쟁하면서 육식의 윤리가 어째서 ‘가짜 윤리’인지 밝혀낸다."

 

 

역사 쪽으로는 전쟁과 돈을 다룬 책들을 골랐다. 마이클 하워드의 <유럽사 속의 전쟁>(글항아리, 2015)은 " '전쟁과 사회'라는 관점으로 1000년에 이르는 유럽 전쟁사를 연구해온 결과물로, 단순한 '군사사'가 아니라 전쟁을 전쟁이 치러진 사회.문화.정치.경제적 배경의 관점에서 살핀다." <책공장 베네치아>(책세상, 2015)의 저자 알렉산드로 마르초 마뇨의 <돈의 발명>(책세상, 2015)은 금융의 기원을 주제로 삼은 책. "베네치아에서 만들어진 금화가 전 유럽에서 통용되고, 지구 반대편 인도에서 튀니지 상인이 제노바 방언을 쏟아내던 때의 금융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국내 학자 3인이 쓴 <뇌물의 역사>(이야기가있는집, 2015)는 "동서양과 고대에서 현대까지의 역사를 통해 뇌물의 실체를 파헤친다."

 

 

3. 사회과학

 

최근에 나온 <보통이 아닌 몸>(그린비, 2015)을 계기로 그린비에서 나오는 '장애학 컬렉션'에도 관심을 가져봄직하다. 특수학교 아이들 얘기를 가끔씩 접할 기회가 있는데, 동물이나 장애인에 대한 대우가 그 나라의 의식 수준을 말해준다는 걸 매번 확인한다. 로즈메리 갈런드 톰슨의 <보통이 아닌 몸>은 '미국 문화에서 장애는 어떻게 재현되었는가'를 다룬 책이다.

 

 

'다른 사회'를 모색하는 책도 몇 권 꼽아보자면, 먼저 <우리는 대학을 거부한다>(오월의봄, 2015). "대학입시를 거부하고 대학에 아예 진학하지 않은 이들부터, 대학에 다니다가 자퇴로써 대학을 거부한 이들까지, 크게는 ‘나는 왜 대학을 거부하는가’를 말하는 1인칭의 목소리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섬에서 미래를 보았다>(남해의봄날, 2015)는 "지속가능한 사회 모델을 고민하며 외딴섬에서 시골 벤처 창업에 도전한 일본 청년들의 좌충우돌 비즈니스 생존기를 담고 있다." 아브람 더 스반의 <함께 산다는 것>(현암사, 2015)은 " ‘사회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하면서 이 사회를 움직이는 힘의 ‘실제성’을 가감 없이 담담하게 기술하면서도 힘의 ‘정당성’에는 합리적 의문을 던지고 있"는 사회학 에세이다.

 

 

4. 과학

 

과학 분야에서는 'Nature & Culture' 시리즈를 고른다. <달>(반니, 2015)부터 나오기 시작해서 <지진>, <공기>, <물>까지 네 권이 나왔다. 똑똑한 중학생부터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더불어 최고과학자들과의 인터뷰를 모은 슈테판 클라인의 <우리는 모두 불멸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청어람미디어, 2015)는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청어람미디어, 2015)와 놓치면 아까운 책. 지난 봄에 나온 창간호에 이어서 이달에 나온 과학 계간지 <한국 스켑틱>(2호)도 이달의 읽을 거리다.

 

 

 

5. 공부/독서력/논술

 

<장정일의 공부>(알에이치코리아, 2015)가 10주년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고, 사이토 다카시의 <독서력>(웅진지식하우스, 2015)도 6년만에 개정판이 나왔다. 이 분야의 스테디셀러들. 이미 많은 독자들이 찾고 있지만 <유시민의 논술특강>(생각의길, 2015)까지 얹으면 읽고 쓰기가 카바되겠다.

 

15. 06. 13.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모비딕>의 작가 허먼 멜빌의 단편들을 고른다. '세계문학 단편선'의 하나로 <허먼 멜빌>(현대문학, 2015)이 출간된 덕분인데, 유명한 <바틀비> 말고도 <베니토 세레뇨>나 <선원 빌리버드>(<수병 빌리버드>) 등이 수록되어 있다. 안경환 교수가 옮긴 단편집과도 비교해서 읽어볼 수 있는 책이다. 예전에 이 작품들에 관심이 있었을 때는 번역이 희귀했었는데, 독서 여건만 보자면 많이 좋아진 셈이다. 독서에 대한 의욕과 의지만 갖고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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