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로 따로 빼진 않더라도 이번 주에는 눈에 띄는 저자가 있어서 언급해둔다. 로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 대사와 하버드대학의 명예교수로 있는 일본 역사학자가 이리에 아키라다. 먼저, 그레그 대사의 회고록 <역사의 파편들>(창비, 2015)이 출간됐다. 외교 일선에 있었던 인물의 회고록인 만큼 현대사의 많은 비하인드 스토리도 담고 있을 듯싶다.

 

그레그는 1973년 미 중앙정보국(CIA) 한국 지국장으로 부임한 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관과 조지 H. W. 부시 부통령 안보보좌관을 거쳐 1989~93년 주한 미국대사를 지내며 직간접적으로 한국 현대사와 관련을 맺어왔다. 두차례 김대중 구명에 관여했고, 노태우정부의 주한미군 전술핵 철수, 팀스피릿 한미군사훈련 중단 결정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에는 또한, 미국의 주요 외교현장에서 일한 저자의 진솔한 회고를 통해 1950년대 이후 미국의 대아시아 정책의 실상이 생생히 그려져 있다. 자신이 직접 접한 사건과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도, 60여년간의 외교경험과 통찰력으로 우리가 놓쳐서는 안될 베트남전, 이란 콘트라 스캔들, 쿠바 핵위기 등의 역사상을 복원해낸다.

비슷한 사례로 미국의 저널리스트와 CIA 전 동북아 담당국장이 공저한 <두 개의 한국>(길산, 2014)과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대사가 지난번 피습 사건시 병상에서 읽었다고 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던 책이다.

 

 

 

나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됐지만 이리에 아키라는 아시아인 최초로 미국 역사학회 회장까지 역임한 실력 있는 학자다. 주전공은 국제관계사로 특히 미중관계와 일본의 외교에 관한 연구로 유명한 듯싶다. 이번에 나온 책은 <역사가가 보는 현대 세계>(연암서가, 2015)로 원저는 작년에 일본어판으로 나왔다. "역사 연구에 있어서 최근 하나의 특징은 국가라는 틀로부터 멀어져 가는 풍조가 보인다는 것이다."라고 한국어판 서문을 시작하고 있는데, 트랜스내셔널한 시각에서 현대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란 문제를 다룬다. 가벼운 분량의 책이어서 일독해봄직하다.

 

이리에 아키라의 책은 모두 절판되긴 했지만 <20세기의 전쟁과 평화>(을유문화사, 1999)와 <일본의 외교>(푸른미디어, 1993)이 번역됐었다. 후자는 업데이트가 필요하겠지만 전자는 재간될 만하지 않을까 싶다. 중고본이 있길래 바로 구입했다...

 

15. 0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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