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부르디외 사회학의 좋은 입문서가 될 만한 책이 출간됐다. 부르디외가 로익 바캉과 공저한 <성찰적 사회학으로의 초대>(그린비, 2015)다. 제목부터가 입문서라는 걸 웅변한다. 지난해 <언어와 상징권력>(나남, 2014)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밖에 관련서가 스테판 올리브지의 <부르디외, 커뮤니케이션을 말하다>(커뮤니케이션북스, 2007)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걸 보면, 생각보다 드물게 출간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도 한 권으로 모든 걸 갈무리해주는 '일당백' 입문서가 나온 터라 반갑다.

 

현대 사회학을 대표하는 학자 중 한 명인 피에르 부르디외의 방대한 학문 세계를 집대성한 책. 제자인 로익 바캉이 질문을 던지고 부르디외가 답하는 인터뷰(2부)가 중심을 이루고, 바캉이 쓴 부르디외 사회학 개관(1부)과 학문하는 자세에 관해 부르디외가 학생들에게 행한 강연(3부)이 더해졌다. 이 책에서는 부르디외가 연구했던 거의 모든 주제(사회학을 위시한 학문 환경 자체에 대한 성찰, 권력, 불평등, 관습, 언어, 젠더 등등)와 관련 논쟁들이 다루어지며, 다른 저작들에서는 선명히 드러낼 수 없었던 그의 솔직한 연구 동기들, 다른 사상가들과의 영향(또는 대결) 관계 또한 밝혀진다. 더불어 부록으로는 바캉이 제시하는 부르디외 저작 독법과 옮긴이의 꼼꼼한 부르디외 용어 해설 등이 함께 실렸다

<언어와 상징권력>에 대한 독서만 틈틈이 엿보고 있었는데, 방향을 <성찰적 사회학>으로 틀었다.

 

 

찾아보면 부르디외 사회학에 대한 소개나 입문에 해당하는 책들은 2000년 전후로 몇 권이 나온 바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가 사회학자로서 가장 많이 호명되던 때가 아닌가 싶다(앤서니 기든스, 울리히 벡 등과 함께 '스타 사회학자'였다). 이후에는 비교적 적조한 편인데, 부르디외 이후 이론사회학자로서 그만한 명성과 평판을 누리고 있는 사회학자가 누가 있는지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감정사회학의 에바 일루즈? 하지만 아직 대가급은 아니다).

 

 

생각해보면 부르디외의 주저인 <구별짓기>(새물결, 2005) 등도 지금 시점에서 더 적실하게 읽을 수 있는 게 아닌가란 생각도 든다. 혹은 그의 취향의 사회학 분석틀을 더 다듬거나 한국적 상황에 적용해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부르디외를 상기하게 된 건 <성찰적 사회학>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 유학과 한국 엘리트의 탄생'을 다룬 김종영 교수의 <지배받는 지배자>(돌베개, 2015)도 부르디외의 방법론을 원용하고 있고, 이번주에 나온 김경만 교수의 <글로벌 지식장과 상징폭력>(문학동네, 2015)도 제목에서부터 '부르디외적'이다. 후자는 '한국 사회과학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부제로 소개만 보자면 꽤 흥미로운 문제제기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가 이번 책에서는 한국 사회과학계, 나아가 학술문화와 지적 풍토 전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의 칼을 들이댄다. 강신표, 김경동, 한완상 등의 원로 사회과학자나 강정인, 조한혜정 같은 중견 사회과학자를 향한 비판은, 글로벌 지식장에 참여해 지그문트 바우만, 앤서니 기든스, 로익 바캉 등 세계적인 학자들과 논쟁을 통해 학문적 성숙에 이르는 과정이 예시된 저자의 자기민속지와 절묘하게 조응하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여우와 신포도’ 같은 핑계나 빈말이 아닌, 진정한 학문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장의 구조를 변형시켜 세계 학계에서 우리만의 이론을 창출해낼 수 있는가에 대한 묵직하고 깊은 성찰적 울림을 준다.    

<지배받는 지배자>나 <글로벌 지식장과 상징폭력>이나 한국의 지식사회를 들여다보는 드문 시도로 평가할 만하다.

 

 

다시 부르디외로 돌아오면, <성찰적 사회학>의 원서(영어판)를 찾다가 뜻밖에도 <국가에 대하여>란 신간이 나온 걸 보고 바로 주문했는데, 저자와 타이틀만 보고서도 충분히 관심을 갖게 되는 책이다(소개됨직하다). 부르디외의 <국가 귀족> 같은 책이 번역되었었나 궁금해지는데, <호모 아카데미쿠스>(동문선, 2005)와 같은 맥락에서 지식과 권력과 제도가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 들여다보게 해주는 것이 부르디외 사회학의 강점으로 여겨진다. <국가에 대하여>는 콜레주 드 프랑스 강의를 엮은 책이다...

 

15. 05. 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