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5.18을 하루 앞두고 관련서들이 나왔기에 우선순위에 놓는다. 먼저 <신좌파의 상상력>의 저자 조지 카치아피카스가 한국과 아시의 민중봉기에 대한 책을 한꺼번에 펴냈다. 1894 민중봉기에서 2008 촛불시위까지를 다룬 <한국의 민중봉기>(오월의봄, 2015)와 ' 필리핀, 버마, 티베트, 중국, 타이완, 방글라데시, 네팔, 타이, 인도네시아의 민중권력 1947~2009'을 부제로 한 <아시아의 민중봉기>(오월의봄, 2015)가 그것이다. 시리즈로는 '알려지지 않은 아시아의 민중봉기' 1,2권이다.

 

미국의 진보적 학자 조지 카치아피카스가 잘 알려지지 않은 아시아 민중봉기 역사에 관해 썼다. 그는 1968년의 프랑스와 1970년의 미국 등 전지구적 운동을 설명하기 위해 ‘에로스 효과’를 제시했는데, 이는 수백만 명의 보통 사람들이 역사의 무대에 갑자기 등장해 통일된 방식으로 행동하고, 스스로 사회의 방향을 변화시키려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광주항쟁에 매료된 그는 10년 이상 역사적 봉기에 관해 연구해왔다. 한국 민중 투쟁의 역사, 특히 광주민중봉기에 각별한 열의와 애정을 갖고 연구해온 조지 카치아피카스는 한국의 “풍부하고 고통스런 봉기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한국학 연구에서 봉기들이 거의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한국학 연구'가 국내외를 포괄한 것인지, 국외만을 지칭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국외 연구자가 민중봉기만을 주제로 이만한 저작을 내놓은 건 유레가 없지 않나 싶다. 올해 초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 로버트 스칼라피노의 <한국 공산주의 운동사>(돌베개, 2015)와 함께 '올해의 한국학 책'으로 유력해보인다.

 

 

 

전남대 철학과의 김상봉 교수도 오랜만에 저작을 내놓았다. <철학의 헌정>(길, 2015). '5ㆍ18을 생각함'이 부제다. 5.18을 다룬 책이면서 5.18에 바쳐진 책이라고 할까. 저자가 여러 차례 5.18이 갖는 철학적 의미를 다룬 책을 예고했었다는 걸 상기하게 된다.  

5 ·18에 대한 철학적 연구의 첫 단행본이자, 5 ·18의 뜻을 ‘철학적’으로 드러내려 한 첫 결실이다. 저자는 5 ·18민중항쟁은 단지 ‘항쟁’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공동체’라고 규정한다. 이른바 5 ·18공동체이다. 그 기저에는 열흘이라는 항쟁 기간 동안 광주 시민들이 보여준 놀라운 도덕성과 질서 그리고 연대의식이 있었다. 주체가 따로 있고 객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모두가 더불어 자기들을 주체로 정립한 사건, 그것이 바로 5 ·18이라는 것이 저자의 일관된 논지이다.

기억에 저자가 예고한 다른 책은 르네 데카르트와 만해 한용운을 다룬 <르네와 만해>인데, 이 또한 고대한다.

 

 

사회적 이슈를 담은 문제작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는 만화가 최규석도 신작을 펴냈다. <송곳>(창비, 2015). 개인적으로는 윤태호의 <미생> 이후에 처음 읽는 만화가 될 듯싶다. 어떤 내용인가.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습지생태보고서>, <대한민국 원주민>, <100도씨>, <울기엔 좀 애매한>, <지금은 없는 이야기> 등으로 한국 만화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해온 최규석 작가의 장편으로 2013년 12월부터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된 작품이다. 외국계 대형마트에서 벌어지는 부당해고에 대한 대항을 좇는 웹툰 <송곳>은 한국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찬사를 받았다. 현실에 굴복하지 못하는 주인공 이수인과 냉철한 조직가 구고신이 대형 마트 '푸르미'를 배경으로 등장해 노조를 결성하는 과정을 그린다.

외국계 대형마트라면 한국 적응에 실패하고 철수한 월마트와 카르푸를 떠올리게 되는데(둘다 집 주면에 있었다) <송곳> 속 이야기가 실제를 바탕으로 한 것인지 궁금하군. 작년에 개봉됐던 영화 <카트>(2014)도 비슷한 소재를 다루었기에 비교해봄직하다...

 

15. 0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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