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이 지속적으로 나빠지면서 다녀야 하는 병원도 다채로워졌다. 아직 1/3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올해 들어서 우스개로 말하면 '이런 경험 처음이야!'라고 할 만한 통증들도 겪고 있다(그렇다고 쓰러질 정도는 아니어서 이 페이퍼를 적는다). 아무래도 몸의 유통기한이 다 돼가는 게 아닌가 싶은데, 얼마나 수선해서 더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쌓여 있는 책들을 다 읽자면 앞으로 백년도 모자랄 듯싶은데 말이다. 게다가 매주 나오는 책들이라니!

 

 

이번주만 하더라도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로 꼽을 만한 책이 많은데, 문학강의를 많이 하고 있는 터라 가까이에서 찾자면 독문학자이자 번역가 홍성광의 <독일명작 기행>(연암서가, 2015)을 먼저 꼽을 수 있다. 부제까지 합하면 '중세에서 현대까지 독일 고전 명작들과 함께 하는 독일명작 기행'이다.

독일의 고전작가인 요한 볼프강 폰 괴테와 프리드리히 실러, 20세기의 세 거장 토마스 만, 헤르만 헤세, 프란츠 카프카를 비롯하여 현대의 인기 작가인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하인리히 뵐, 페터 한트케, 파트리크 쥐스킨트,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작품들을 다루었다. 그리고 문학 작품은 아니어도 토마스 만, 헤르만 헤세, 프란츠 카프카에게 큰 영향을 끼친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와 프리드리히 니체의 저서도 아울러 소개했다.

올해 카프카와 헤세, 그리고 귄터 그라스에 대한 강의를 계속 하고 있기에 특별히 요긴하게 느껴진다. 독일명작의 세계로 안내하는 가이드북으로 삼아볼 수 있겠다.

 

비슷하게 분류할 수 있는 책으로 김한식의 <세계문학 여행>(실천문학사, 2015)도 일종의 가이드북이다. '소설로 읽는 세계사'가 부제인데, 생각보다 다양한 지역, 다양한 문학이 망라돼 있다. 안 그래도 '문학속의 역사'라는 주제의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터라 더 반가운 책이다.  

 

아무려나 세계문학 관련서는 어지간하면 구입하는 편인데, 오늘 주문한 책은 서수경의 <영문학 스캔들>(인서트, 2015)이다. "우리 시대 대문호로 칭송받는 25인의 영미 문학 작가들의 더할 수 없이 치열했던 삶과 그 속에서 피어난 작품들을 조곤조곤 담담하게 그려 내고 있다." 간략한 작가소개로 활용할 수 있는 책이겠다.

 

그나저나 제목에 '기행'이니 '여행'이니 들어간 책들을 소개하려니 여행가방 생각도 난다. 병원 순례를 마치게 되면 가능한 여행이 뭐가 있을지 궁리 좀 해봐야겠다. 물론 명분은 '세계문학 여행'이다...

 

15. 05. 14.

 

 

 

P.S. <독일명작 기행>의 마지막 8부 '현대작가들' 편에는 기대했던 귄터 그라스 대신에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작가 밀란 쿤데라가 포함돼 있어서 놀랍다. 체코 작가였다가 지금은 프랑스 국적의 작가인 쿤데라를 독일 작가로 분류할 수 있는 근거는 전무하다. 그는 독일 국적을 가진 적도, 독일어로 작품을 쓴 적도 없으니까. 다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처음 국내에 소개될 때 독어판 번역으로 나왔었다는 사실이 저자의 착각을 가져왔을까(지금 나와 있는 민음사판은 불어판 번역이다)? 아무려나 재미있는 해프닝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