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국내 역사학자 3인을 골랐는데, 서양사학자 이영석, 주경철 교수, 그리고 국사학자 오항녕 교수가 그 3인이다.
먼저 영국 사회사 전공의 이영석 교수가 사학사 분야의 책을 펴냈다. <역사가를 사로잡은 역사가들>(푸른역사, 2015). '사회사의 유혹1'로 출간됐던 <나를 사로잡은 역사가들>(푸른역사, 2006)의 확장판이다.
역사가를 매혹시킨 역사가들. <역사가가 그린 근대의 풍경>(2003), <영국 제국의 초상>(2009), <공장의 역사>(2012) 등을 출간하며 19세기 영국의 사회사, 노동사, 생활사, 사학사 연구를 지속해온 저자 이영석(광주대 사학과 교수)은 <역사가를 사로잡은 역사가들>에서 역사의 즐거움을 역사가 읽기에서 찾는다. 지난 2006년 출간한 <나를 사로잡은 역사가들>에서 살핀 5명의 역사가 외에 7명의 역사가를 추가한 이 책에서 저자는 한 역사가의 여러 저술을 파노라마처럼 훑기도 하고 특정 저술을 좀 더 깊이 정독하기도 하면서 더욱 풍부한 역사가 읽기를 시도한다.
저자가 다루는, 저자를 사로잡은 역사학자들 가운데는 에릭 홉스봄이나 아놀드 토인비처럼 널리 알려진 학자들도 있고, 윌리엄 호스킨스나 로렌스 스톤, 사이먼 샤마처럼 대중에게는 덜 알려진 학자들도 있다. 나로선 생소한 학자들의 새로운 학문세계를 접할 수 있다는 게 책의 매력이다.
가령 호스킨스는 저자가 옮기기도 한 <잉글랜드 풍경의 형성>(한길사, 2007)의 저자이고,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지만 로렌스 스톤은 <잉글랜드의 가족, 성, 결혼, 1500-1800> 등의 저자이며(읽어보고픈 책이다), <파워 오브 아트>(아트북스, 2013)으로 알려진 미술사가 사이먼 샤마는 <영국의 역사>(전3권)를 쓴 역사학자이기도 하다(프랑스 대혁명에 대한 책도 있군). <영국의 역사>는 BBC의 역사다큐 15부작을 바탕으로 한 책으로 샤마는 '텔레비전 역사가'로 명성을 얻었다. 아무튼 책은 이런 학자들의 세계를 일별해보는 '역사학 기행'으로서 의미가 있겠다.
역사 에세이와 함께 문명사에 관한 책들을 주로 펴내고 있는 주경철 교수도 신작으로 <모험과 교류의 문명사>(산처럼, 2015)를 출간했다. 인류의 역사를 소통과 교류란 키워드로 살핀 책. 문명사 전반에 대한 가이드북이자 압축 기행문으로 읽어볼 수 있겠다.
저자의 문명사 책은 <다항해시대>(서울대출판부, 2008)부터 <문명과 바다>(산처럼, 2009)< <클리스토퍼 콜럼버스>(서울대출판부, 2013) 등이 나와 있다. <모험과 교류의 문명사>는 그 연장선상에 놓이는 책이다.
<조선의 힘>(역사비평사, 2010)과 <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너머북스, 2012) 등의 저자 오항녕 교수의 신작은 <유성룡인가 정철인가>(너머북스, 2015)다. '기축옥사의 기억과 당쟁론'이 부제. 무엇이 쟁점인가.
기축옥사는 1589년(선조 22)에 벌어진 조선시대 가장 큰 옥사 중의 하나였다. 정여립 모반 사건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 당시 이발이라는 사람이 연루되었는데 그의 어머니와 어린 아들이 감옥에 갇혀 신문을 당하다 죽고 말았다. 여든이 넘은 노인과 어린아이가 죽었으니 지나치게 혹독한 국문이라는 여론의 지탄이 쏟아졌다. 그러다 보니 추국청의 책임자인 위관 역시 지휘 책임을 면할 수 없었다. 문제는 여기서 생겼다. 사건 당시 위관이 정철인가? 유성룡인가? 이 책은 그 추적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당시 위관이 누구였는가란 문제와 관련하여 저자는 역사학자 이덕일과 논쟁을 벌인 바 있는데,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났다고 한다. 그 뒷얘기도 겸하고 있는 책.
2009년 논쟁 당시, 이덕일(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은 그 사건이 1590년(선조 23) 정철이 위관이었을 때라 주장하였고, 이 책의 저자인 오항녕은 1591년(선조 24) 유성룡이 위관이었을 때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이덕일의 반론과 오항녕의 재반론으로 이어진 논쟁 이후, 저자는 여러 자료를 검토한 결과 이덕일이 내세운 주장의 연원이 매우 깊다는 것을 알게 된다. 400년이 넘은 이력을 가진 주장이었던 것이다.
<징비록>의 저자 유셩룡이 화제의 역사적 인물로 떠오른 터라 더 관심을 갖고 일독해볼 만하다...
15. 05.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