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국외 저자로만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두 명의 고전 작가와 한 명의 현역 작가다. 영국 작가 G. K. 체스터튼과 포르투갈의 페르난두 페소아, 그리고 다시 영국 작가 줄리언 반스가 그들이다.

 

 

먼저 <못생긴 것들에 대한 옹호>(북스피어, 2015)는 '브라운 신부' 시리즈로 유명한 탐정소설 작가이자 비평가 체스터튼의 에세이집이다. 소설 <목요일이었던 남자>(펭권클래식, 2010)나 <정통(오소독시)>(상상북스, 2010; 이끌리오, 2003)만으로는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주는 듯해서 아주 반가운 책.

20세기 영국의 지성을 대표했던 언론인이자, 당대의 기득권 계층에 대한 비판을 아끼지 않았던 에세이스트이자, 모든 문학 장르를 섭렵하여 독창적인 견해를 밝힌 평론가이자, 브라운 신부를 탄생시킨 미스터리 작가로도 유명한 G. K. 체스터튼의 에세이집이다. 이 책에서 그는, 오로지 성공만을 쫓거나 성공한 사람들에 대해 다루는 책들의 오류를 꼬집고, 영국의 제국주의에 반감을 내보인 한편으로 당시 유럽 지식인들 사이에 퍼져 있던 사회주의나 우생학에 반대의 목소리를 냈으며, 미스터리 작가로서 탐정소설에 대한 비평을 개진한다.

특히 탐정소설에 관한 에세이들은 <목요일이었던 남자>와 함께 지젝의 책에서 인용되고 있어서 궁금하던 차였다. 독설의 대가라는 평판에 걸맞는 재미를 선사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글>(봄날의책, 2015). 작년 봄에 먼저 나온 <불안의 서>(봄날의책, 2014)의 '부록'에 해당하는 책이다. 앞선 책과 마찬가지로 배수아 작가가 독어판에서 우리말로 옮겼다. 그 사이에 산문집 <페소아와 페소아들>(워크룸프레스, 2014)가 더 나오기도 해서, 페소아는 이제 한국어로도 읽을 수 있는 작가가 되었다.

오늘날 포르투갈 현대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로 손꼽히는 페르난두 페소아 산문집. 이 책은 일기이며 시이고, 독특한 페소아적 감각론이며 형이상학이고 편지이며 기록이자 묘사, 부조리와 모순과 권태의 송가,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슬픈 애가이기도 하다.

영어본도 구하던 차였는데, 조만간 시간을 내 본격적인 독서를 시작해봐야겠다(이탈리아 작가 클라우디오 마그리스와 함께 내게는 올해의 산문 작가 후보다). 

 

 

끝으로 줄리언 반스의 <용감한 친구들>(다산책방, 2015). 원제는 <아서와 조지>(2005)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영국사회를 배경으로, 셜록 홈스의 창시자인 소설가 아서 코난 도일과 조지 에들지라는 두 실존인물의 삶을 생생하게 되살려낸 <용감한 친구들>은 치밀한 자료조사와 섬세한 상상력으로 당시 영국사회의 정치와 종교, 사법체계, 인종의 문제를 우아하게 해부하고 있다.

"읽기를 멈출 수 없다. 줄리언 반스의 소설 중 가장 밀도가 높은 작품"(월스트리트저널)이란 평을 고려하면 성급하게 손에 들면 곤란한 작품이겠다. 특히나 바쁜 일이 있는 처지라면, 시간을 뭉텅이로 떼일 염려가 있겠기에.   

 

 

국내에서는 먼저 나왔지만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2011)와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2014)가 모두 <용감한 친구들>보다 나중에 나온 작품들이다. 순서를 따지자면 <용감한 친구들>부터 읽어보는 것부터 한 방법. 나처럼 아직 나머지 두 권을 읽지 않은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작가란 무엇인가3>(다른, 2015)에 수록된 반스의 인터뷰도 요긴하게 참고해볼 만하다. 아직 더 읽을 작가와 작품이 있다는 건 우리에게 아직 숨쉴 공기가 더 남아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책들을 책상맡에 놓고 크게 숨을 들이켜본다...

 

15. 0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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