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고전'으로 루쉰의 <중국소설사략>(그린비, 2015)을 고른다. 아주 두툼한 분량의 중국소설사 강의록인데, 몇 차례 번역된 적이 있지만 모두 절판됐었다. 이번에 루쉰 전집판으로 다시 나온 건 조관희 교수의 번역인데, <중국소설사략>(살림, 2000), <중국소설사>(소명출판, 2004)로 나왔었다. 중고본을 구하려고 했으나 여의치가 않았는데, 버젓하게 재출간돼 반갑다.
루쉰이 1920년 무렵에 강의했던 것을 정리한, 중국소설사 연구의 고전 <중국소설사략>을 그린비출판사에서 다시 펴냈다. 중국문학 연구의 대가 조관희(상명대 교수)의 기존 번역본 <중국소설사략>(1판 살림, 2판 소명출판)을 다듬고 보강하여 '루쉰전집' 11권에 포함시킨 것이다. 중국소설사 연구의 기본 골격을 세웠다고 평가받을 정도로 루쉰의 중국소설사 연구는 후대 학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이 한국어판은 중국과 일본의 연구성과가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학술적 영향이 큰 저작이다. 우리는 근대 중국의 작가이자 사상가로서 잘 알려진 루쉰의 또 다른 면모, 즉 고전학자이자 문학이론가로서의 면모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중국소설사만 다룬 저작은 많지 않은데, 진평원의 <중국소설사>(자음과모음, 2004) 정도이고, 문학사로 범위를 확장하면 천쓰허의 <중국당대문학사>(문학동네, 2008)가 소개돼 있다. '당대문학사'가 우리식으론 '현대문학사'이다. 국내 학자의 책으론 김학주 교수의 <중국문학사>(신아사, 2013), 조관희 교수의 <중국소설사론>(차이나하우스, 2010)도 참고해볼 수 있겠다.
아무튼 분량 압박이 있긴 하지만 중국소설사에 대한 개관은 루쉰을 강의를 듣는 것으로 대신해보면 좋겠다. 루쉰의 '직강'에 견줄 만한 중국소설사 강의도 드물지 않겠는가.
15. 04. 11.